'버릴 게 없는'이란 말은 종종 어떤 대상에 대한 극찬의 표현으로 쓰인다. 버릴 게 없는 사람은 능력있고 인간성 좋고 성실하고 지혜롭고…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미덕을 두루 갖춘 이를 일컫는다. 동물 중엔 소가 그러하다. 평생 논밭에서 일하고, 우유를 생산하고, 그렇게 몸값을 하다 나중엔 뇌와 혓바닥부터 내장'꼬리까지 제 몸뚱이 모두를 사람의 먹을거리로 남겨준다. 식물로는 連(연)이 대표적이다. 꽃은 꽃대로, 씨앗은 씨앗대로, 이파리와 뿌리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눈으로는 아름다운 꽃과 잎을 완상하게 하고, 코로는 향기를 즐기게 하며, 연꽃차'연잎차에 연근'연밥까지 두루 미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연은 종종 문학작품의 소재로 애용돼 우리네 메마른 감성을 촉촉히 적셔준다. 특히 연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미당의 시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의 구절들이 부쩍 사람의 마음을 잡아끈다.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한두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바야흐로 연의 계절이다. 전국의 연지마다 다투어 향기로운 꽃들을 피워낼 때다. 대구는 전국 최대의 연근 생산지다. 그만큼 연밭이 많다. 반야월의 120여 농가가 140헥타르의 연밭에서 연을 키우는데 연으로 벌어들이는 소득만도 연간 38억 원에 이른다니 놀랄 만하다.
상주 이안면 지산리 새남골에 올해 새로 조성된 白蓮(백련) 재배단지도 눈송이처럼 탐스러운 하얀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백련 재배단지로는 전국 최대 규모. 시커먼 뻘 속에 뿌리를 박은 채 순백의 꽃송이를 피워내는 모습이 紅蓮(홍련)과는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연의 잘 드러나지 않는 미덕이 또 하나 있다. 욕심 없는 '비워냄'이다. 법정스님의 글 '연잎의 지혜'가 이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없이 쏟아버린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버리는구나 라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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