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라. 날씬한 몸매를 원하거든 굶주린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라…. 기억하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바로 그것이 네 손끝에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될 것이다. 손이 왜 두 개인지."(샘 레븐슨의 시 '아름다움의 비결' 중에서)
영화 '로마의 휴일' 등을 통해 20세기의 연인(戀人)으로 사랑받았던 오드리 헵번. 199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녀가 죽기 1년 전에 아들에게 읽어줬던 시다. 이 시에 나오는 문구처럼 오드리 헵번은 소말리아 등 세계를 누비며 생사의 기로에 선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영혼은 그대 곁에'(1989년)에 천사로 깜짝 출연한 그녀는 그 이후에 정말로 '천사'가 됐다.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를 맡아, 에이즈와 굶주림, 질병 등으로 죽음의 문턱에 놓인 어린이들을 돕는 데 몸을 던진 것. 20대의 청초한 모습 대신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었고, 몸은 깡마른 할머니가 됐지만 그녀는 스크린을 누빌 때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세상을 떠나기 전 오드리 헵번은 "소말리아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사랑의 모습을 보고 세상을 떠나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오드리 헵번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새삼 "행복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란 화두를 곱씹어 보게 된다. 누구나 갖기를 원하는 행복! 그것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아귀다툼을 벌이지만 정작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다지만 그에 걸맞을 만큼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높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2006년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102위에 그쳤다. 왜 우리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 400인이나 동아프리카 마사이족 목동이 느끼는 행복수준이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세계 최대의 소비 국가인 미국은 1인당 항우울제, 코카인, 헤로인 소비량에서도 세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1970년에서 90년 사이에 1인당 평균 소득은 실소득 기준으로 300% 증가했지만 행복지수는 그에 따라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은 단순히 경제적인 잣대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법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와 내 가족의 행복에만 골몰하게 된 흐름은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 반면에 이웃과 사회 전체의 행복에는 얼굴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웃의 고통은 돌아보지 않고 나와 내 가족의 행복만 추구한 결과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의 거대한 정글로 변해버렸다.
도종환 시인은 "이제부터라도 나, 너,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혼자 혹은 내 가족만 행복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행복은 나, 너,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부 김세영(31·대구 남구 이천동)씨는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행복해한다면, 내게 더없는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그녀는 첫째 아들의 돌잔치를 하려고 차곡차곡 모은 100만원을 월드비전을 통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전달했다. 또 케냐와 몽골의 어린이 3명을 돕기 위해 월 2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칠곡 왜관 등지에 사는 인사들이 만든 '58장학회'. 5월 8일에 결성된 이 장학회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작은 사랑이 커다란 기적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30여년 전 한 신부가 앞장서 결성한 장학회는 지금까지 2천500명에게 2억8천500여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회에 성금을 보내오는 회원 수는 14명에서 1만200여명으로 늘어났다. 수년 전부터 이 장학회에 성금을 내고 있는 여환숙(58) 시인은 "회원님들이 2천원에서 1만원씩 보내오는 성금이 모여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며 "나의 작은 사랑이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덥힌다는 마음에 회원 모두가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대구시에서 발간한 제6회 자원봉사 체험사례집 '나눔 속에 피는 꽃, 행복 한 다발'. 책 제목처럼 이타적인 사랑이 자신의 행복으로 되돌아온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실린 더불어 살며 더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안재용(9년 동안 500여명에게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자원봉사)씨=어르신들이 건강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난 나눔과 봉사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더불어 사진을 통해 어르신 가시는 길, 환한 모습 남겨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 바로 나의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이란 평범한 진리를 몸소 체험한다.
▶장경숙(16년 동안 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씨=가끔씩 찾아오는 병마로 인해 크고 작은 수술을 4번이나 했다. 그때마다 회복이 빨리 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신께서 자원봉사를 좀 더 열심히 하고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을 더 많이 돌보라고 그러신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나누어 준다면 함께 웃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정자(2004년부터 요양원 등에서 봉사활동)씨=지금처럼 이렇게 마음이 즐겁고 뿌듯한 행복감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다. 받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줄 때 느끼는 기쁨은 한 차원 더 높은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된 때문이다. 봉사할 때는 몸속에서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호르몬 분비가 잘 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되었다. 돈 많은 부자는 아니지만 마음만은 큰 부자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당신의 행복지수는 얼마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보시고 여러분은 몇개 항목에 해당되는지 체크해보세요.
1)자신의 과거를 직시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2)삶의 가치를 찾아내어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3)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최선의 것을 이루어낸다.
4)가족, 친구, 동반자와의 관계를 원만하고 견고하게 유지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5)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할 준비가 되어 있다.
6)돈과 권력에 대한 분명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7)늘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
-슈테판 폴케의 책 '행복지수를 높여라' 중에서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