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캠프 불황? "우린 몰라"

입력 2008-07-11 08:50:35

대구영어마을·대학 방학 프로그램 몰려

'가계부 적자에도 영어캠프는 보낸다?'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3중고(三重苦)로 서민경제가 유례없는 고통을 받고 있지만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는 불황이 없다. 지역 대학들이 주최한 여름방학 영어캠프는 대기자가 줄을 서 있고, 수백만원짜리 해외 단기 영어캠프에도 참가자가 몰리고 있다.

영진전문대가 운영하는 '대구영어마을'(경북 칠곡군)의 '어린이 ELS프로그램'은 2주 140만원, 4주 28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일찌감치 300명 정원을 채웠다. 58만원짜리 '여름어린이영어캠프'(매일 3시간·4주)의 인기는 이보다 훨씬 뜨겁다. 영어마을 측은 "18일까지를 신청기한으로 해놓았는데 이달 초에 벌써 정원(72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계명대가 운영하는 4주 과정의 '엘리트영어캠프'도 성황이다. 계명대 측은 "지난해 정원이 200명이었고 올해는 300명으로 늘렸는데도 신청자가 폭주해 결국 정원을 330명으로 더 늘렸다"고 밝혔다.

영남대가 준비한 '유집'(YU JIEP)프로그램과 경북대의 '썸머캠프어드벤처' 역시 쉽게 정원을 채웠다. 영남대 외국어교육원 유정근 실장은 "불경기 여파로 예년 같으면 해외로 빠져나갔을 학생들이 국내 영어캠프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일부 부유층들은 1개월에 400만~500만원, 심지어 1천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해외 영어캠프들에 몰리면서 이미 올 초 대부분 예약이 끝났다.

초교 6년생 자녀를 두고 있는 전모(45·여·수성구 범어동)씨는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이번 여름방학에도 500만원을 들여 아이를 캐나다로 보내기로 했다. 전씨는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더 이상 해외 단기어학연수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올해까지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모(43·여·수성구 황금동)씨는 이번 여름에 초교 6년생 아이를 미국에 보내기 위해 지난해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고 했다. 김씨는 "현지 여행과 방과후 과외까지 받는 '명품 프로그램'을 위해 지난해 겨울부터 매달 200만원씩 모았다"며 "지난 1월에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환율이나 유가 인상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맹부맹모'들의 교육열에 대해 한숨소리도 적지 않다. 초교 2·6학년 자녀를 둔 박수경(46·서구 비산동)씨는 "워낙 영어캠프가 대세이다 보니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높다"며 "그렇지만 마이너스통장을 쓰거나 가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엄두를 낼 수 없는 서민들이 많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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