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를 이루다]이복희 대구연근연구회장

입력 2008-07-10 14:41:01

진흙 속에 피어나는 '연둣빛 웰빙의 꿈'

'일가(一家)를 이루다'란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한 가족을 이룬다는 의미이지만 다른 뜻도 있지요.

어느 한 분야에 오랫 동안 몸 담아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하거나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을 때 이 말을 쓰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 것처럼 수십년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일가를 이룬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분들은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합니다.

평범하지만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통해 그들이 흘린 땀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세상을 사는 지혜를 배워보려 합니다.

저수지 매몰과 관리 소홀 등으로 연들이 자취를 감춘 것을 안타깝게 여긴 행정기관과 주민 등이 힘을 합쳐 작년에 10만㎡의 면적에 새로 연을 심은 것. 앞으로 2,3년 후면 하얗고 빨간 연꽃들과 푸른 연잎들이 장관을 이뤄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상주로 가지 않고도 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대구에서 영천으로 가는 도로를 달리다 고속도로와 만나는 대림육교 바로 앞 신호등에서 우회전한 지점의 대구시 지하철차량기지창 주변에는 '연둣빛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광활한 평야에 심어진 연들이 푸르른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는 것. 이제 막 빨간 봉오리들이 피어나기 시작,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30년 동안 대구 반야월서 연 키워

이곳에서 정성스럽게 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는 이복희(53'대구 동구 사복동) 대구연근연구회 회장을 만났다. 30년 동안 반야월에서 연을 키워오고 있는 '연 박사'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대구연근연구회는 연근을 키우는 작목반 회원들이 모여 만든 단체.

"반야월 일대에서 연을 키운 게 아마 60년이 넘었을 거예요. 군에서 제대한 후 곧바로 연농사를 시작했지요." 이 회장은 1만8천여㎡에 걸쳐 연농사를 짓고 있다.

아는 사람이 많진 않겠지만 대구는 전국 최대의 연근 생산지다. 전국 재배면적(510여ha) 가운데 약 44%인 220여ha가 대구에 있으며, 사복동을 비롯한 반야월에서는 120여농가가 140ha의 면적에서 연을 키우고 있다. 기지창과 택지 등으로 연밭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 최대의 연근 생산지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야월에서 연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38억원에 이를 정도다.

◆전국 최대 생산지 연 소득 38억원

"연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토질과 기후, 그리고 물이지요. 반야월 일대는 기후가 적합하고, 땅이 질찰흙이며, 금호강의 맑은 물을 이용할 수 있어 연을 키우에 제격이죠." 강산이 세번 바뀌는 세월 동안 연을 키워오면서 이 회장에게 우여곡절도 많았다.

"태풍 매미가 들이닥쳤을 때엔 반야월에서 키우던 연의 90%가 피해를 봤지요. 그 때엔 연을 키우는 농민 모두가 실의에 빠졌지요. 올해에는 연이 한창 커야할 5월부터 냉해가 심해 발육이 더뎌 작황이 나쁠까 걱정입니다."

대구에서 주로 재배하는 연은 홍련. 대구를 비롯해 경남 함안 등지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많이 알려진 전남 무안은 백련을 주로 재배하고 있다. 연은 예로부터 뿌리는 물론 잎'꽃'씨앗 등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작물로 유명하다. 특히 연근은 지혈'강장'강정'건위 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머리를 많이 쓰는 청소년들에게 금상첨화라는 것. 이 회장도 연근을 갈아 만든 주스를 매일 마시고 있다. 50대 중반이지만 연 덕분에 그의 얼굴은 맑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연근주스를 한잔 마시면 숙취가 말끔히 없어지지요. 피로회복에도 좋습니다." 연입밥'연입차'연근졸임 등 연을 활용한 식품도 다양하다. 연은 보통 4~5월에 뿌리째 심어 9월초부터 이듬해 5월까지 수확한다. 벼를 재배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게 이 회장의 얘기다.

◆버릴 것 없는 건강식품

대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유일하게 전국 최대를 자랑하는 연을 활용한 제품 생산도 최근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구시농업기술센터 등의 주도로 연근을 이용한 음료와 특산주, 화장품 등 3종류의 기능성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이 회장은 "2011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대구에서 생산된 연으로 만든 술을 건배주로 채택됐으면 하는 바람"을 말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웰빙 식품인 연을 많이 드시기를 바라고 있다. 대구의 특산품을 더 알려지고, 연 재배농의 소득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산주'화장품 등 제품 개발

불가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연은 실제로도 오염과 거리가 먼 식물이다. "흙속에 있는 영양분은 물론 나쁜 물질까지 뿌리를 통해 빨아들인 연은 제 몸속에 나쁜 물질을 쌓아두지 않고, 줄기와 잎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발산하지요. 그 덕분에 연에는 중금속 등 나쁜 물질이 전혀 없어요." 연을 키우는 데 제초제 등 농약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단다. 연은 물론 그 사이로 오리와 물닭 등 새들도 보금자리를 틀어 반야월 연밭은 가족끼리 생태체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걸어다니기도 힘든 연밭에서 30년을 보낸 이 회장에게 연을 잘 키우는 비결을 물었다. "무엇보다 정성이 제일이지요. 사람의 손이 가는만큼 연은 꼭 보답을 하지요."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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