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땅 잃은 대구경북 정치권] ⑤지역 인재를 키우자
"기획재정부(전체 41명) 6명, 지식경제부(49명) 5명, 국토해양부(39명) 5명, 교육과학기술부(28명) 4명, 문화체육관광부(25명) 4명."
10일 현재 대구시청 서울사무소가 파악한 주요 5개 부처의 대구경북 출신 고위공무원(본부 실국장급 이상)의 숫자다. 정부 부처 고위직에서 대구경북의 소외현상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체 국장급 이상에서 지역출신은 10% 안팎에 불과하며 차관급 이상에서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5개 부처에 차관급 이상은 경북 의성출신 국토해양부 권도엽 1차관 1명뿐이다.
지역 출신들은 이런 현실에도 서로 헐뜯고 싸운다. 한 부처에서는 지난 참여정부 때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한 지역 고위간부가 같은 지역출신 인사의 투서로 한직으로 밀려났다. 투서의 내용은 "지난 정부 때 호가호위했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현 정부 들어 승진한 사례도 극히 드물다. 정권교체 이후 대구경북 출신의 주요보직 이동은 상급자의 퇴진에 따른 것으로 혜택이나 배려라 할 만한 인사이동은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기획재정부 류성걸 예산총괄심의관과 김화동 재정정책국장, 국토해양부 도태호 주택정책관 정도가 주요 부서로 이동한 게 전부라 할 정도.
김형일 서울사무소장은 "과거 10년 동안 소외됐는데 우리 정권이라는 기대감만 높아졌지 달라진 게 별반 없다"며 "오히려 지역사업이나 예산에서 예전보다 더 쉽게 되는 게 별로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탁됐던 청와대에서도 이제는 지역출신을 찾기 힘들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이주호·곽승준 등 수석비서관들이 낙마했을 때도 뒤에서 '잘됐다'고 험담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전 대표, 이재오 전 의원, 이상득 의원 등을 이어갈 힘있는 후배 정치인이 나올수 있을지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왜 이렇게 됐나?' 한탄하는 소리만 있지 별다른 타개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호영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에서 지역 인물들이 철저히 배제된 결과를 본 뒤, "이제 대놓고 지역 몫을 요구하는 것보다 조용히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인사에서 대구·경북 몫이 따로 없을 것"이라며 "철저히 능력 위주로 가되, 전국 탕평인사를 고려한 상태에서 요직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지역이 실력으로 인정받고 끈끈한 정으로 뭉친다면 고향 대통령이라는 배경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텐데 지금은 오히려 서로 반목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인재를 키우는데 인색한 지역의 고질적 풍토를 지적했다. 그는 "동료·후배들이 큰 물로 나가도록 끌어주고 도와주고 후배들은 또 과감하게 부딪쳐 일을 배우고 지역발전을 위해 기여를 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북도지사와 서울시장, 총무처장관을 지낸 이상배 전 의원은 "부산·경남도 잘 모이고 호남도 똘똘 뭉치는데 대구·경북만 이득을 보지 못하고 싸우기만 한다"며 "특히 지금은 친박, 친이로 나뉘어져 구심점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너무 지역 인사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지역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애정도 없는 지역 출신 서울인사들은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 뒤, "어쨌든 우리 지역이 하나로 가야한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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