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꿈 찾아…오지 누비는 70대 손진명씨

입력 2008-07-10 10:22:42

"살아온 날들 정화 위해 세계 여행하죠"

중등교원으로 정년퇴직한 손진명(71)씨는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해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10년째 Time지를 구독하며, 중국어와 이태리어, 독일어를 공부한다. 읽기와 웬만한 대화는 가능한 실력이다.

'그 나이에 공부해서 어디 쓰려고?'

평생 일했으니 이제 좀 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가 뒤늦게(?)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던 것은 세계를 여행하고, 그들의 소식과 문화, 전통을 그 나라 사람의 말과 글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만있지 못하고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성격도 물론 한몫을 했다.

"어린시절부터 먼 곳을 여행하고 싶었어요. 동양과 서양을 연결해주었던 실크로드를 걸어보고 싶었고, 그 너머 먼 서쪽 나라도 가 보고 싶었어요. 갈 수만 있다면 달나라도 가서 정말 계수나무와 토끼가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싶었고요. 어린시절엔 꿈이 있었는데 생활에 쫓기는 어른이 되면서 꿈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70 넘은 나이에 여행은 무슨? 행여나 나쁜 소식을 전하지는 말게.'

오지로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주변에서는 걱정도 했다.

"70을 넘긴 나이에 히말라야 산을 오르고 오지로 배낭여행한다는 것이 보편적이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늘 다니던 병원의 의사선생님도 좋게 생각하지는 않더군요."

손진명씨는 때묻은 지난날을 정화하는 마음으로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영혼의 길을 찾아 나섰다고 했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한 달 동안 비행기와 배, 버스와 봉고차, 지프와 기차를 번갈아 타고 중국과 티베트, 네팔의 여러 도시와 오지를 여행했다. 낯설고 물 선 곳, 배와 기차, 지프와 봉고차를 갈아타거나 걸어서 이국의 시장 통을 거닐었다. 그 낯선 장소에서 손진명씨는 살아온 날들, 떠나온 곳을 보았다. 그리고 여행기간 보고 듣고 배운 이야기와 느낌은 '길 없는 길을 찾아서'라는 한권의 책으로 남았다. 이 책은 낯선 곳에서 쓴 일기라도 해도 좋고, 수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손진명씨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해, 그리고 떠나고 돌아왔던 여행지에 대해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지만 아직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바닷물은 흘러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구약의 한 부분을 빌려 설명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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