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보이에서 최고 경영자까지.'
육경배(56·팔공산온천관광호텔 총지배인)씨의 호텔 인생은 이마의 주름처럼 굵은 單線(단선)이다. 한강을 넘나들고 전국 호텔을 섭렵하며 무려 37년을 단일 업종에서 외길을 걸었다.
어디서부터 질긴 인연이 시작됐을까. 78년 대구수성관광호텔과 인연을 맺은 뒤 대구 경북에서 꼬박 30년을 호텔리어의 길을 걸어왔다. 한 직종에 평생 몸을 던졌으니 굴곡 없는 삶을 살아왔을 듯한데 내막을 들여다보니 평탄치 않은 삶의 내력이 숨어있었다.
충청도에서 한다 하는 가문 출신이었으니 집안의 반대가 제일 힘들었다고.
"저의 집 문중이 육영수 여사 가문 옥천 육(陸)씨입니다. 우리 집안에서 호텔보이가 웬 말이냐며 꼭 그 일을 하고 싶으면 破門(파문)하고 나가라는 협박까지 받았어요."
그가 경희호텔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지배인 자격증을 따면서 집안의 반대도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때마침 1970년도 중반 관광 특수가 불며 직업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돈도 엄청나게 벌었다.
"당시 팁이 얼마나 쏟아졌는지, 저녁에 집에 가면 온 주머니마다 지폐가 가득했어요. 당시 월급이 2만원 남짓했는데 하루에 팁이 5만원씩 들어왔으니까 월급의 수십배가 되는 돈이 팁으로 들어온 거죠. 당시 호텔맨이 선호 직장의 최고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였어요."
살아온 세월만큼 직업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도 많다. 3공화국에서 YS까지 최고 통수권자들을 모셨고 웬만한 정치인, 연예인들은 한번씩 그의 서빙을 받았다.
VIP들을 지근거리에서 모셔야 하는 특성 때문에 에피소드도 많았다.
"국가원수를 모실 땐 모든 음식은 반드시 검식(檢食)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바로 옆에서 '술 한잔 줘' 하면 무의식적으로 따르게 되는데 그때마다 경호원들에게 불려가 정강이를 걷어 차였죠. 한번은 실내 온도를 잘못 맞춰 각하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사장과 함께 불려가 벌을 선 적도 있었고, 한번은 대통령 일행이 막 홀로 입장하는데 쥐 한마리가 앞으로 지나가 혼비백산한 적도 있었습니다."
젊음을 통째로 호텔에 쏟아 부었지만 걸어온 길에 대해 한치의 후회도 없다. 40대 초반에 호텔 CEO에 올랐었고 2006년엔 민간에선 드물게 미육군성 공로훈장도 받았다.
호텔맨으로 이룰 것은 다 이루었다는 육 지배인. 현재의 호텔 정책에 대해 묻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호텔맨 자격증 제도를 다시 부활해야 합니다. 현재 권고사항으로 되어있는 자격증 소지자 채용규정을 빨리 강제, 의무 규정으로 바꿔주어야 합니다. 자격증은 단순히 라이선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직업에 대한 긍지이자 자부입니다. 관광 인프라 못지않게 '인(人)프라'도 소중하거든요."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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