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이 경쟁력이다]토종 '금강소나무'

입력 2008-07-03 14:31:29

대구경북에는 자손 대대로 가꾸고 보호해야할 토종이 넘쳐난다. 예부터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고 전해진 '금강소나무'는 우리 고장 토종의 대명사로,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되면서부터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금강소나무는 줄기가 곧게 자라며 꼭대기를 올려다보면 좁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나이테가 촘촘하고 나무에 윤기가 나 한눈에 봐도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다른 소나무보다 몸통이 굵고 재질까지 단단해 최고의 목조 건축자재로 이름 높았고, 조선시대 이래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짜는데 주로 쓰여 왔다. 이런 까닭에 숭례문의 주요 뼈대 또한 금강소나무로 지어졌고, 숭례문 복원엔 수령 100년 이상에 지름 1m 안팎의 대형 금강소나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북동부는 금강소나무가 가장 울창한 지역이다. 금강소나무의 금강은 금강산에 자라는 형이라 해 붙여진 이름. 금강산 일대에서 자라난 금강소나무는 태백산맥을 따라 남하했고, 봉화·울진 등 지의 비옥한 동해안 내륙지역에서 최우량형질로 거듭 태어났다.

봉화 춘양면 서벽1리는 최고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손꼽히는 곳. 일제시대 때 춘양의 우수한 금강소나무들이 춘양역으로 모여 반출됐는데, 형질이 너무나도 좋아 '춘양목'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정도다. 현재 서벽리 문수산 자락에는 1천500여그루의 금강소나무가 살고 있다. 일제시대 때 남벌된 탓에 수령은 20~80년에 불과하지만 모든 금강소나무마다 페인트로 번호를 새겨 놓고 있다. 2001년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으로 지정된 이후 이곳에서 반출되는 모든 금강소나무는 숭례문 복원 같은 문화재 보수와 재건용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한 것. 영주국유림관리소가 금강소나무숲을 제대로 느끼며 산책할 수 있게 1.5km의 탐방로를 조성, 곳곳에서 토종 소나무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울진 서면 소광리 세덕산 일대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유명하며 조선시대엔 숙종 이후 '황장봉산(黃腸封山)'이라는 제도를 둬 보호해 온 숲. 황장이란 속이 창자 모양과 같고 붉고 누렇다는 의미로 금강소나무의 또 다른 이름. 조선 왕실은 '황장'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을 금지했고, 소광리 '장군터 마을' 하천변 암석에 음각으로 새겨진'황장봉계(黃腸封界)'석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왕실의 보호를 받았던 만큼 소광리 숲 금강소나무는 지름 60㎝ 이상만 1천672그루에 이른다. 조선 성종 때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520년 수령의 대왕소나무는 지름이 1m, 키 25m가 넘는다. 높이 20~30m의 장대한 기골을 지닌 금강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모습은 좀체 보기 힘든 장관으로, 2000년엔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과 산림청이 공동 주최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할 아름다운 숲 부문' 대상을 차지했고, 이곳 금강소나무가 2001년 경복궁 태원전의 복원에 쓰이기도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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