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룬산에 이르면 아름다움에 눈물이 마를 줄 모르고, 탕구라산에 이르면 손으로 하늘을 잡을 수 있다(到了崑崙山兩眼淚不干, 到了唐古拉伸手把天).'한 시인의 표현처럼 칭하이(靑海)에선 먼저'높이'에 압도된다. 칭짱고원(靑藏高原)의 관문이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쿤룬산맥 줄기 따라 4~5천m 고봉들이 즐비하다. 성도인 시닝(西寧)의 고도도 2천300m. 고도에 반비례해서 산소가 희박하다. 평지의 기압에 익숙한 우리에겐 자그만 비탈길에도 숨이 가쁘고 머리가 멍해진다.
칭하이에선 중국의 시원(始原)과 만날 수 있다. 중국 문명을 잉태한 양쯔강·황허(黃河)·란찬(瀾滄江)강의 원류가 칭짱고원 서북쪽 대협곡에서 발원한다. 이들 강은 남쪽으로 길을 틀어 메콩강이라는 새 이름을 얻기도 한다.
산기슭마다 문명을 일군 소수민족들의 태초적 원형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 곳에서는 소수민족들이 전통을 지켜가며 태고적 생활상을 느린 정지화면으로 보여준다. 준령과 대협곡의 위세를 피해 호수와 초원들이 낮게 몸을 움추렸다. 칭하이는 초원과 호수의 도시다. 걸어서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는 칭하이 호수와 칭기스칸 기병들의 말들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진인탄(金銀灘) 초원이 높이에 놀란 여행객들을 진정시켜 준다.
일반인들에게 칭하이는'칭짱열차(靑藏列車)'의 출발지로 먼저 다가올 만큼 칭하이는 티베트와 통하는 교통의 요지다. 실제로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차마고도(茶馬古道)'에서도 칭하이는 쓰촨(四川)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차(茶) 교역로 중의 하나로 소개했다.
■ 초록의 융단 진인탄, 청색 낙원 칭하이호
칭짱공로(公路) 관광루트 중 제일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진인탄 초원. 성도인 시닝에서 한 시간쯤 달려 소도시를 비켜서자마자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하늘과 맞닿은 대평원 끝은 풀빛과 하늘이 혼합되고, 녹색물결이 언덕과 구릉을 이어 끝 없이 펼쳐졌다. 평원을 휘감고 있는 것은 뜻밖에도 자본주의 물결이다. 대륙을 호령하던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우리 돈 5천원을 위해 말안장을 내줬다. 전장에서의 우렁찬 함성은 왁자지껄한 흥정소리로 변했다.
진인탄을 나와 서쪽으로 3시간을 달리면 멀리서 푸른 물빛과 만난다. 중국의 수많은 호수 중 가장 아름답다는 칭하이(靑海)호다. 어느 시인은 그 호수를'지구별의 눈물'이라 예찬했다. 칭하이성이라는 이름도 호수 이름에서 얻었다. 고원호수답게 고도 3천198m에 위치해 있고 면적만도 자그마치 홍콩의 3배에 이른다. 최대수심 32.8m의 칭하이호에서 제일 풍성한 것은 황어(湟漁)로 "돌로 한 마리, 몽둥이로 두 마리, 작살로 한꾸러미, 그물로 천근을 잡는다"는 속어가 전해질 정도로 풍부하지만 최근 포획을 금지했다. 호수 속 5개의 섬 가운데 조도(鳥島)에는 매년 여름이면 10여만 마리의 새들이 휴식을 취하며'조성(鳥城)'을 연출한다.
■문성공주 애환서린 르웨산
칭하이로 가는 길에 들르는 르웨산(日月山, 3천520m)은 당나라 문성(文成)공주 슬픔이 짙게 서린 곳. 정략결혼으로 티베트로 시집 가던 15살의 문성공주가 이곳에 머무르며 시름을 달랬다. 라싸로 향하기 전 이곳에서 친정에서 온 배웅객들과 작별을 고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공주의 아픔과 무관한 듯 현지 부족들이 야크·낙타를 끌고 나와 호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누각에 오르니 광활하게 펼쳐진 대초원이 공주에 대한 애도를 순식간에 감탄 모드로 희석 시켜버린다. 시닝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끔씩 칭짱열차(靑藏列車)를 볼 수 있다. 시닝-꺼얼무(格爾木)-라싸를 잇는 총길이 1천142km의 철로. 베이징에서부터 합산하면 4천64km로 문자 그대로 만리장철(萬里長鐵)이다. 철도를 건설하는데 1km당 4명이 희생돼, '혈로(血路)'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 철로를 통해 관광객들은 티베트를 넘나들며 협곡의 경관을 만끽하지만 한편으로 티베트인에게는 정치적 군사적 압박수단이기도하다. 철도 개통 이후 티베트는 급속하게 중국에 동화되고 있다.'하늘에 이르는 길'이라는 철도는 티베트'한화(漢化)'라는 부산물도 가져다주었다.
■토족민속촌, 타얼스, 토속음식
경제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대도시의 역동적인 모습과 달리 칭하이성 곳곳엔 소수민족들의 거주지가 흩어져 있다. 대도시 틈새에서 그들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며 부족의 전통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칭하이에서 가까운'토족(土族)민속촌'에서는 중국 소수민족인 토족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전통무용을 하고 있다. 15~20세 남녀들이 원색의 비단옷으로 한껏 멋을 낸다. 이들의 몸짓에서 현대와 전통을 지키려는 중국인들의 저력이 느껴진다.
시닝 근교의 타얼스(塔爾寺)도 유명하다. 타얼스는 중국 라마불교 6대 사원 중의 하나로 초대 달라이라마라고 추앙받는'종카바'를 모신 곳. 천연염료로 그린 벽화, 입체감이 뛰어난 자수가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
칭하이의 음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양요리. 음식점이나 거리어디에서 양고기 꼬치·볶음·튀김 등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향이 강한 것이 특징 이지만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이밖에 양고기탕, 熟飯(야채탕), 야크 순대, 야크육포, 양젖 요구르트, 양피 누들 같은 토속 음식들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열대과일이 풍성해 재래시장에선 2~3천원만 줘도 3~4명이 먹을 만큼 구할 수 있다.
자유여행이라면 칭하이 투어를 마치고 칭짱열차로 티베트의 라싸로 가는 코스를 잡아봐도 좋다. 대구공항-베이징-시닝 항공노선을 이용하면 된다. 조만간에 대구-칭하이를 연결하는 패키지 상품이 개발될 예정이다.
글·사진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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