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들 이름, 이산으로 해주시오"
살다보면 한번쯤은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 즉 동명이인(同名異人)을 접해봤을 것이다. 직접적인 접촉으로는 사람 대 사람의 만남으로, 간접적인 접촉으로는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유명인의 이름, 혹은 라디오 방송국에 사연을 보낸 청취자의 이름일 수도 있다.
동명이인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좀 더 빈번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이름에 사용되는 문자 때문이다. 한글은 의성어, 의태어, 외국어까지 모두 발음하고 쓸 수 있는 글자이다. 하지만 이름에 쓸 수 있는 글자는 제한돼 있다. 카'커'데'쇼'푸'뷰'핑 등은 쓸 수는 있지만, 이름에는 사용되지 않는 글자이다. 만약 이런 글자들이 이름에 들어간다면 그 이름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목을 끌게 된다.
동명이인이 생기는 큰 이유는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의도하지 않은' 동명이인이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고, 방송이나 신문에서 간접적으로 만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이름의 구성은 다를 수도 있다. 같은 이름이라도 어떤 사람은 항렬자를 쓴 이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부모나 집안 어른들이 지었을 수도 있다. 또 한자의 뜻이 다를 수도 있다.
같은 '김현민' 이라는 이름도 빛날 현(炫)과 하늘 민(旻)자를 쓴 사람이 있지만, 어질 현(賢)자와 옥돌 민(珉)자를 쓴 경우도 있다. 인명용 한자가 아닌 순수 한글 이름인 경우도 예외일순 없다. '이새롬' '김초롱' '박새미'와 같은 한글 이름 역시 대한민국에 한 두 개가 아니다. 두번째는 '의도된' 동명이인이다. 역사적 인물, 위인이나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신생아에게 지어주는 것인데, 이는 유명인들의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그 인물의 성품이나 외모, 지능을 빼닮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이 담긴 것이다.
얼마 전 모 방송사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인 '이산(李示示)'의 이름을 자신의 아들 이름으로 지어달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산(正祖)은 학문이 넓은 임금이었으며, 무엇보다 백성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어진 임금, 유능한 인재라면 출신에 관계없이 등용하던 공정함이 돋보이는 임금이다. 물론 이름을 '이산'으로 지어 그 성품과 재능을 이어 받아 정조임금과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이름은 그러한 염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성격과 운을 좌우하는 것은 태어난 연'월'일'시 즉 사주와 후천운(환경)이다. 그러므로 이산과 자신의 아이에 고유한 사주를 배재하고 이름만 같게 지어 그 품성과 덕망을 갖추길 기대한다는 것은 다른 사주를 가진 아이가 다른 이름을 부여받아 정조같은 성품을 가지게 되는 것 보다 더 확률이 낮다. 자녀의 사주가 그 인물과 일치하며, 생활환경까지 똑같지 않은 이상 그 인물과 아이가 같은 인생을 살 수는 없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같은 이름이라 할지라도 같은 것은 이름뿐, 외모며 성격, 학습능력은 모두 다르다. 50만 가지가 넘는 사주(四柱)에 비해 제한된 인명용 한자와 한글로는 동명이인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주에 부합되는 이름이라면 그것이 우연이든, 의도됐든 각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053)791-3166
이재박 예지작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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