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덮고 있는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 회생을 위한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한 채 푸념만 쏟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 국면에다 공황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1, 2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3차 오일쇼크'라 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난국을 정부 혼자 만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 기업, 근로자 모두가 위기 극복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달 넘게 문도 열지 않고 있는 국회와 계속되는 촛불 집회, 민주노총의 파업 등에 대해 대통령이 에둘러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3차 오일쇼크라고 했지만 실제는 오일쇼크 이상"이라며 "오일쇼크 때는 기름값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원자재값, 곡물값 등 쇼크 요인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이날 한국 경제를 '위기' '난국'으로 규정했다. "대외 경제 여건이 너무나 많이 나빠졌다" "굉장히, 총체적인 경제 여건 악화" 등 자극적이고 강한 수사(修辭)를 동원했다.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을 성장에서 물가 안정과 민생 안정 쪽으로 선회하겠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에 대한 뚜렷한 수단을 제시하지 못했다.
유가를 평균 120달러로 잡고 하반기 경제 운용 방안을 짰으나 국내에는 국제 유가를 정확하게 전망하는 기관이 없고, 국제적 기관의 전망을 빌려온 120달러도 솔직히 틀릴 가능성이 있다고 고백했다. 수년째 유가 전망이 틀려왔고, 144달러까지 치솟고 있는 유가가 조기에 안정되리란 보장도 없다는 얘기다.
먼저 대기업에 기댔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불경기에 투자해야 하므로 대기업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미 결정한 투자와 고용 계획을 그대로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도 "일자리 창출과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주체들이 제 몫을 하면서 참고 양보하는 고통 분담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고통 분담'을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서비스 산업에서 기대했다. 제조업에서는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일어나도 자동화, 무인화 등 영향으로 생기는 일자리보다 없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다"며 "1995년 이후 지금까지 제조업에서 없어진 일자리가 100만개"라고 밝혔다.
반면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은 전형적인 내수 산업인데 어려움이 갑작스럽게 닥친 만큼 여유 있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돈을 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회생 대책이 아니라 캠페인 비슷하지만 여름 휴가도 해외로 가지 말고 국내에서 해달라는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가 최악의 상황을 입에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환율은 절대 언급하면 안 된다"고 말한 이 관계자는 "최근 위기를 환율이 증폭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해 온 고환율 정책의 수정을 시사했다.
청와대가 더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촛불 시위와 파업이 잇따르고 있으나 이를 제지할 유효한 수단조차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정보 관리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정부에는 촛불시위 주동자 등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며 "10년 동안 좌파 정권이 이어진 결과인데 주동자를 모르니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했다.
정부가 경제운용 방향을 성장에서 안정으로 선회한 데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민생 안정은 경제난에 따른 피해 구제 차원이지 경제위기 극복대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심도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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