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가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며 그 이념에도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을 집행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조직의 형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모델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이다.
첫 번째 모델은 일반 공무원 조직에 의한 예술정책의 집행이다. 이 모델은 책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 문화예술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문화예술에 관한 결정이 내려진다거나 문화예술정책의 입안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들이 전문성에 의해 조율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모델은 영어 사용권에서 주로 선택되는 모델로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예술위원회(arts council)에 의한 문화예술정책의 집행이다. 이러한 기관은 정부의 '팔(arm)'로서 준정부적 기관의 성격을 띠지만 정부가 '팔길이(arm's length)' 만큼의 거리를 두고 이들 기관의 운영에는 간섭을 하지 않음에 따라 자율권을 보장받는다. 이 원칙을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라고 하며 정치권 밖에 문화예술을 둘 수 있다는 것과 문화예술정책의 집행에 있어서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선택의 배경이다. 반면에 이러한 기관들이 납세자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관료제도의 대용물로 쓰임으로써 정부가 공공재정의 사용에 있어 납세자들에 대한 책임을 이들 기관에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한다. 또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보조금의 배분이 각 부문의 예술인들로 구성된 위원들에 의해 결정되므로 사회의 취향보다는 이들 위원들의 취향이 보조금 배분 대상 선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 모델을 선택할 경우에는 이들 기관의 문화 권력화 및 관료화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영국, 호주, 그리고 아일랜드 등에서 선호되는 방식이며 잉글랜드 예술위원회(Arts Council of England)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이러한 사례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으며 요즈음 지방자치단체들이 설립하는 문화재단들도 이러한 모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인다.
마지막은, 미국에서 특히 선호되는 것으로, 문화예술에 관한 세부적 결정에 정부가 전혀 관련을 하지 않는 시장 지향적 모델이다. 대신에 정부는 시장의 결정에 민감한 환경들을 조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장점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가지는 모든 약점들을 가지게 되는데, 특히 부의 비율에 따라 문화예술자원이 분배된다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 모델 중 어느 것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나의 방식을 선택하기보다는 이 방식들을 조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금동엽(동구문화체육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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