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타고난 관상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입력 2008-07-02 07:49:25

꼴/허영만 지음/신기원 감수/위즈덤 하우스 펴냄

아직 앳된 얼굴의 의무경찰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불심검문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검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선량한 시민으로 판명된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저 경찰이 인상 나쁘다 싶은 사람만 잡는구나, 이목구비가 아니라 낯빛을 볼 줄 모르는 구나' 싶은 생각을 하곤 했다. 사람의 마음은 얼굴 색깔과 빛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그 점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이목구비가 고약하게 생겼다고 나쁜 사람으로 보면 잘못 짚기 십상이다.

이 책 '꼴'은 관상에 관한 책이다. 여기서 '꼴'은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를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이목구비뿐만 아니라 얼굴 색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목구비를 볼 때도 전체조화를 살펴야 한다고 한다. 눈, 코, 입, 이마, 턱, 귀 중 어느 한 가지가 좋거나 나쁘다고 '좋다, 나쁘다' 단정하기보다 전체 조화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영화 배우 안성기씨의 코를 납작코'로 규정한다. '저 높은 코를 납작코라니!' 지은이는 얼굴 전체의 조화입장에서 보면 영화배우 안성기씨의 코는 납작코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코 하나의 크기와 생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조화를 살펴야 하는 근거가 되는 말이다. 영화배우 안성기씨의 코는 코 전체 면적에 비해 낮고, 그래서 납작코다. 이런 코는 재물을 넣어 둘 상자가 넓고 큰 꼴이다. 항상 넉넉한 유형의 사람이다.

만화가 허영만은 34년 동안 사람 얼굴을 그렸다. 중국 고대 인물에서부터 한국과 일본, 서양인에 이르기까지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와 경찰서 벽에 붙어 있는 현상 수배범까지 그렸다. 그럼에도 몇 해 전 출판사로부터 관상과 관련한 책을 내자는 제의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재미있고도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몇 해 전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작해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2개월을 보냈다. 텐트가 바람에 짓눌리던 어느 날 관상을 다시 생각했다. 인생은 타고나는 것인가. 귀하게 태어나면 나쁜 짓을 해도 끝까지 귀한 것인가. 천하게 태어나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천한 신분을 벗을 수 없는 것인가. 부자 상으로 태어나면 마구 써도 여전히 부자고, 노력하지 않아도 늘 지갑은 두둑한가. 가난한 상으로 태어나면 뼈가 부서지도록 열심히 일해도 항상 빈 쌀독 때문에 근심이 그칠 날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성형을 하면 운명이 바뀌는가? 안되겠다. 관상을 만화로 그리자'고 마음먹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게 3년을 본격적으로 준비했고 1년 8개월간 관상의 대가 신기원 선생으로부터 관상을 공부했다. 국내에 발행된 관상 관련 책은 모두 독파했다. 중국과 일본의 관상법에 대한 자료도 많이 읽었다. 그리고 책을 내기 전 일일이 감수를 거쳤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책은 '전체 조화'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얼굴은 오장육부=얼굴은 오장육부에서 올라온 빛이다. 오장육부의 기운이 올라와서 얼굴 색을 만든다. 얼굴의 모든 세포와 경락은 오장육부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마음이 중요하지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잘못됐다. 물론 여기서 외모란 이목구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얼굴에 드러나는 색깔과 빛이다. 또 꼴을 보고 깊은 곳에 숨어있는 마음까지 읽기는 무척 어렵다. 지은이는 '미추와 선악은 별개다'고 말한다. 미운 천사가 있고, 아름다운 악마가 있다는 것이다. 이목구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코와 광대뼈=코는 얼굴의 다섯 개 산 중 으뜸이다. 코는 어느 정도 높아야 하고, 광대뼈나 턱, 이마보다 높아야 한다. 코가 다른 산(광대뼈, 턱, 이마)과 높이가 비슷하거나 낮으면 '빈대코'라고 하고, 빈대 코는 줏대가 없다. 또 양쪽 광대뼈가 코를 잘 받쳐줘야 한다. 코는 주인이고 광대뼈는 객이다. 코가 너무 낮으면 주변에서 하자는 대로 무작정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광대뼈가 좋은 사람은 인덕이 많다. 주변에서 따르거나 돕는 사람이 많아 권세를 누리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 세계를 정복한 몽골인 등은 광대뼈가 잘 발달한 사람들이다. 광대뼈는 심장과 폐의 상징이다. 따라서 발달한 광대뼈는 심장과 폐가 튼튼하고 용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가 지나치게 높고 끝이 뾰족한 사람은 복이 없어 초년부터 말년까지 고생한다. 계단처럼 생긴 코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광대뼈가 전혀 없는 사람은 혼자 살길을 찾을 뿐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설령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일지라도 그가 힘든 상황에 처하면 돕지 않는다.

▷눈과 귀=눈은 가늘고 물결치듯 길게 뻗어야 한다. 눈동자가 검으면 재복이 있다. 눈빛은 맑고 밝은 것이 좋다. 흐릿한 눈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각진 눈은 좋지 않지만 좋은 귀를 갖고 있으면 좋다. 귀는 둥글고 크고 각지지 않아야 한다. 특히 귀는 색깔이 밝아야 복이 있다.

▷턱=턱은 두툼하고 약간 긴 듯하며 둥근 게 좋다. 턱에 살이 부족하고 뾰족하고 짧으면 복이 없다. 턱은 땅이다. 땅은 넓고 기름져야 숲이 있고, 곡식이 있으니 사람이 모인다. 턱이 두툼한 사람과 좁은 사람은 같은 인심을 써도 주변에 모이는 사람이 다르다. 양쪽 턱뼈가 유난히 발달한 사각 턱은 의욕이 왕성하고 노력을 많이 한다. 사각 턱과 경쟁하면 손실이 따를 가능성이 많다.

▷성형을 하면=성형은 겉을 바꾸는 것이다. 겉이 바뀐다고 속이 바뀌지는 않는다. 얼굴을 예쁘게 수술해서 당장 복이 생긴다고 해도 마음의 빛을 바꾸지 않는 이상 팔자는 어쩔 수 없다. 특히 코를 뾰족하게 고치는 행위, 가늘고 긴 눈을 동그랗게 고치는 것, 턱과 광대뼈를 깎는 것은 좋은 얼굴을 좋지 않은 얼굴로 바꾸는 행위다.

지은이는 "타고난 관상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노력에 따라, 마음먹기에 따라 관상도 변하고 운도 변한다. 마음이 변하면 겉모습(얼굴색)도 변한다. 마음과 겉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결론짓고 있다. 얼굴 형태는 바꾸지 않지만 얼굴에 나타나는 기색은 변하고, 기색이 변했다는 것은 태도가 변했고, 인생이 변한다는 말이다.

지은이는 사람은 세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타고난 기질이 좋고, 그 좋은 기질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고, 부족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노력하는 현명한 사람이 있다. 또 이치를 따르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도 있다.

그는 "가난하다고 술집에 나가서 술 따르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파출부 노릇으로 고통을 참고 견디는 사람이 있다.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선택에 따라 결과는 자명하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지은이는 우리 모두 성인이 될 수는 없지만 현명한 사람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68쪽, 9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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