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실효성 논란 빚는 '미분양 아파트 대책'

입력 2008-06-30 09:51:55

"정부 대책이 오히려 미분양 양산책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파트 미분양 대책을 발표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분양 시장에서 '기대 효과'는 없이 '시장 불신만 키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분양 대책안이 침체된 구매 심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실효성이 없는데다 신규 미분양 계약자에 대해서만 혜택이 돌아가는 탓에 오히려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약한 뒤 재계약은 안 되나요

내년 상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는 대구 달서구 지역 A모델하우스. 미분양 물량이 100가구 이상 남아 있지만 하루 10여통 걸려오는 전화 중 계약 상담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이 해약 관련 문의다.

업체 관계자는 "대책안 발표 이후 미분양 계약자만 취득·등록세 및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계약한 지 몇달이 되지 않은 신규 계약자를 중심으로 '해약 뒤 재계약'에 대한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며 "대책안에 영향을 받아 신규 계약을 하겠다는 수요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분양에 들어간 대구 북구 지역 B단지.

현재 계약률이 20% 전후대에 머물고 있는 이 단지는 정부 대책안에 기대를 했지만 세제 감면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분위기가 오히려 침체되고 있다.

B단지 시공사의 한 영업이사는 "내년 6월 이전 준공 아파트에만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탓에 우리 단지는 양도세 중과 유예 (기존 1년에서 2년) 혜택만 받게 됐다"며 "미분양이 널려 있는데 굳이 우리 단지에 올 이유가 있겠느냐"고 허탈해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에서 추가 대책안에 대한 검토설이 흘러나오면서 시공사는 미분양 판촉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고, 실수요자는 구매 시기를 추가 대책안 발표 이후로 늦추는 등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분양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대책안의 수혜폭이 적은데다 추가 대책안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있는 이상 구매 심리는 사실상 살아나기 힘들다"며 "정부의 미분양 대책안이 오히려 미분양 해소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는 대책안을

시공사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업체 자구책'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부동산 업소에 가면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취득·등록세 1% 깎아준다고 신규 계약을 하겠느냐"며 "정부가 지방 미분양에 대한 심각성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 주장하는 요구안은 IMF 수준과 비슷하다.

미분양 아파트 취득시 관련 세제 감면과 기존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적용 및 대출 이자에 대한 소득 공제와 건설사에 대한 긴급 안정 자금 지원 등이다.

화성산업 권진혁 영업부장은 "IMF 당시 대구지역 미분양이 5천가구였지만 지금은 3배 이상을 넘고 분양 가격 또한 높을 뿐 아니라 대형 규모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며 "IMF 때와 같은 수준의 대책안이 나오더라도 미분양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분양 대책안 발표에 따라 구·군청이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신고필증 발부에 들어가면서 지역 미분양 수가 급증하고 있다.

건설협회 대구시회 정화섭 부장은 "현재 신고된 대구 미분양은 1만6천가구지만 실제로는 2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한동안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몰렸으나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건설사와 계약자뿐 아니라 전체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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