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가족, 삶의 출발점

입력 2008-06-30 06:06:30

장인어른께서 대학병원의 진료를 받으러 상주에서 오셨습니다. 저는 결혼 초기부터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나 닮으셨기에 처음부터 아버지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불렀는지도 모릅니다. 장인어른께서는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께름칙하셨는지 다른 분들이 계시면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십니다. 요즘 저처럼 호칭파괴를 일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편을 오빠로, 형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마다 사연이 있어서 달리 부르겠지만 그렇게 부를 때마다 느껴지는 진정한 감정들이 그대로 표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 가족호칭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 관해서도 예전에는 쉽게 보지 못한 형태를 자주 접합니다. 무자녀 가정, 입양 가정, 독신자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가정뿐 아니라 이혼과 관련된 편부모 가정, 재혼 가정 등도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형태입니다. 최근 애완견이나 고양이 등을 가족처럼 키우는 가정도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어떤 형태의 가정을 선택하였든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이해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보다 행복한 삶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가정은 삶의 첫 출발점입니다. 가정에서의 생활태도는 어떤 사회관계에서 생활하더라도 나타납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국가에서도, 그리고 사회단체에서도 모든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것입니다. 지금의 가정에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아주 중요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들의 소중한 역할이 곧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준다는 점도 교육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혼사건과 관련하여 이혼과정의 가정, 이혼 후의 가정을 자주 접해왔습니다. 가정이 제 모습을 잃어갈 때 모든 가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를 보았습니다. 이혼을 거치더라도 또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가정법원 벽면에는 이러한 뜻을 담아 이혼을, 그리고 이혼 후의 사정에 대해서도 잘 고려하라는 뜻의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이혼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라는 취지에서 숙려기간을 법으로 정해놓기도 했습니다.

이혼 과정에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부모교육, 자녀교육을 하는 기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혼 전에는 이러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이혼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교육을 받아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다른 가족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배려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이혼과정에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사회와 국가가 참된 가족이 어떠한지를 교육해 준다면 이혼이 줄어들고, 이혼 후의 가정에서도 행복을 보다 쉽게 찾지 않을까요?

김승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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