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영천 화북면 정각1리 이장 허성수씨

입력 2008-06-30 06:43:22

청정 미나리 재배로 부자마을 이끌어

'별빛마을 이장'

행정구역상으로는 영천시 화북면 정각1리 이장이지만 마을 전체가 테마마을로 선정된 때문에 허성수(40) 이장은 별빛마을 이장으로 통한다.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 자락의 별빛마을은 주민 60가구가 모여 사는 산촌마을이다. 별빛마을은 테마마을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간간이 등산객들만 찾아오는 오지였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장이 되었습니다." 허 이장은 1987년 고교 졸업 후 줄곧 타지를 떠돌아다녔다. 대구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다 나염공장과 옷가게·식당 등을 운영했지만 별로 신통치 않았다. 2005년 마지막으로 영천시내에서 조그만 식당을 하기 위해 고향집에 인사하러 온 그를 마을 어른들이 갑자기 이장직을 맡겨 고향에 눌러 앉혀 버린 것.

"젊은 사람의 감각이 고향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고향 어른들이 그를 전격(?) 발탁한 이유다. 허 이장은 "고향 어른들이 객지를 떠돌아다니는 저를 안쓰러워하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고향 사람들이 믿어준 것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장을 맡은 그는 우선 수익사업에 전적으로 매달렸다. 그때까지 정각리의 주된 사업은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벼와 고추, 토마토, 사과 등이 수익의 전부였다. 3.3㎡당 소득도 5천원이 고작이었다. 특작재배로 눈을 돌렸다.

행정자치부로부터 예산을 유치, 미나리 사업을 주소득 작물로 확정했다. 미나리 브랜드는 청정지역의 이미지를 따 '별빛미나리'로 선정했다. 이웃 청도의 한재미나리 종자를 구해 두번의 실패 끝에 1천500㎡의 미나리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4년이 지난 현재 3만5천㎡로 늘어났으며 연간 50~60t을 생산, 3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3.3㎡당 소득도 5천원에서 4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보현산 청정지하수로 재배, 부드럽고 알싸한 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수확철에는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미나리 생산 후 상추와 토마토, 열무, 고추 등으로 이모작, 효율적인 영농이 됐다. 내친김에 '별빛 고로쇠' 생산에도 나섰다. 2개월 단기 상품으로 5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각종 소득사업의 연이은 성공으로 이 마을 주민들은 3% 저리의 영농자금에도 손을 대지 않는 마을로 유명하다.

이 같은 유명세를 타면서 별빛마을은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하는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과 농협중앙회가 실시하는 '1사1촌 시범마을',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종합개발사업'으로도 확정되었다. 허 이장을 믿어준 마을 어른들의 안목과 허 이장의 노력 덕분에 '잘사는 마을'로 탈바꿈한 것이다.

"원래 전임 이장의 유고로 6개월짜리 단기 이장이었어요. 그런데 어른들이 시켜보니까 곧잘 하는지 1년을 더 연장해 주고 다시 2년을 더 맡기더군요." 허 이장은 미혼이다. 모든 농촌 총각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허 이장도 겪고 있다.

"도시의 아가씨들이 막연히 농촌생활은 힘이 든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오히려 성취감과 보람은 농촌이 훨씬 큰데 말입니다." 허 이장은 도시의 아가씨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사는 데 여유가 있고 도시 총각을 뛰어 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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