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매우 뜨겁게 달궜던, 아직 식지 않은 문제가 바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의 파급력이 이렇게 크단 걸 새삼 느낄 정도고 흔히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적다는 대학생들에게도 제법 화젯거리가 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슈가 됐던 이후 매일신문의 보도는 일반 독자들에 대한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최근 어떤 사안보다 전 국민적인 이슈를 몰고 온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조용했고, 보도가 된 것 역시 촛불 집회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보다 정부의 주장이 중심이 됐던 점은 아쉽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삼는 정부의 주장과 시민, 시민단체, 진보 세력 등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어기고 있는 정부는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정부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매일신문의 목소리는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또한 지난해 수입된 30개월 미만 살코기의 검역과정에서 척추뼈가 발견됐을 때의 사설을 보면 '정부가 국민 건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지만 현재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더 위험한 쇠고기'를 수입하려 하는데도 '광우병 괴담' '미국이 광우병 소를 생산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재협상을 하라는 전제하에서 '쇠고기 때문에 소탐대실이 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대세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라고 주장한다. 1년 만에 정반대로 바뀐 이러한 논조는 독자들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독자위원 중 가장 젊은 대학생 입장에서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지금 20대, 대학생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차라리 고등학생 때는 입시 때문에라도 관심을 받았었다. 하지만 20대가 된 지금, 언론과 기성세대는 우리 세대에 대한 관심을 아예 끊은 것 같이 느껴진다. 단편적으로 비친 모습 또한 '고시나 공무원에만 열광하고 세상 돌아가는 데는 무관심한 이들' 정도고 간헐적으로 언급된 글들은 대체로 세상을 넓게 봐라, 꿈을 크게 가져라, 글로벌 인재가 되라는 것과 같이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덕담과 대학생의 탈정치화와 보수화에 대한 비판 등으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지금의 대학생은 일렬로 쭉 매겨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입시 지옥을 거쳤고, 대학에 들어왔더니 입시보다 좁으면 좁았지 넓어 보이지 않는 취업문이 눈앞에 닥쳤다. 수능 점수가 '스펙'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스펙이란 취업을 하기 위한 일종의 잣대를 말하는데 최근엔 학점, 토익 점수는 기본이고 취업 5종 세트로 불리는 공모전 입상, 해외 봉사활동, 해외 어학연수, 기업체 인턴, 각종 자격증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꿈을 크게 가져라"는 이야기, 말은 정말 쉽다. 미래에 먹고살 문제가 막막한 우리에겐 배부른 소리다. 거기에 치솟는 등록금까지 벌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기도 한다. "요즘 20대는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이야기, 정확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뒤도 돌아볼 새 없이 스스로의 실력을 쌓아 1등이 돼야 한다고 몸으로 배웠다. "대학생들이 보수화됐다"는 이야기, 현재의 대학생에게는 진보와 보수가 없고 이념은 무의미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일자리 많이 만들어 주겠다는 말에 '실용 이명박'을 택했다.
정말 죄송하게도 20대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괜찮은 임금의 안정된 직장에 들어갈 때까지 속은 썩어가면서도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 여력이 없다. 우리가 들어갈 일자리에 악성 비정규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촛불 집회 한번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우리부터가 이런 목소리를 모았다면 언론에서도 다룰 만한 기사거리가 됐을 텐데, 그런 '기사거리가 될 만한 움직임'이 없어선지 보도되는 20대의 모습은 자못 평화롭기(?)까지 하다.
20대를 정의하는 열정과 패기란 단어가 옛말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래도 아직 대학생은 '미래'가 아닌가. 우리의 고민을 듣고 문제에 대해 제기하고 함께 소리칠 수 있도록-우리가 꿈꿀 수 있도록-도와 달라. 우리 20대에겐 힘이 없다.
조창훈(경북대 인문사회자율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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