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목소리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나누고 남자의 경우는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알토와 테너의 둘 중에서는 어느 쪽의 음성이 더 높을까? 정답은 "알토가 더 높다"이다. 적지 않은 분들이 "그래도 남자의 가장 높은 소리라면 여자의 낮은 소리보다는 높을 것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여자는 무조건 남자보다도 높다. 즉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의 목소리를 높이대로 여섯 가지로 나눈다면, 순서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그리고 베이스가 되는 것이다. 남녀가 함께 애국가 등을 부를 경우에, 같은 악보를 사용하지만 남자는 여자보다 한 옥타브나 낮게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노래방 기계에도 아예 '남녀를 구분하는 버튼'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는 영원히 여자보다 낮은 소리를 내어야만 하는가? 오늘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예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성부에 해당하는 높은 음성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역사적으로 그들을 '카스트라토(castrato)'라고 불렀다.
르네상스 시대 즉 17세기부터 유럽 가톨릭에서는 여성들이 교회나 수도원에서 성가(聖歌)를 부르는 것이 금기시된 적이 있었다. 신성한 미사는 오직 남성들만의 것이었다. 그렇지만 성가를 위한 합창단을 조직할 때 고음부가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저음부는 남성이 부르지만 고음부는 소년들을 이용하였다. 잘 알듯이 변성기 이전의 소년의 음성은 소프라노와 같이 아주 높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년들을 사용하여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의 성부를 유지해갔던 것이다.
가끔은 무척 뛰어난 '보이 소프라노(boy soprano)'들도 있었는데, 문제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잘 훈련이 되어 좀 쓸 만하면 어느 날 변성이 되어서 나타나곤 하니 합창단 측으로서도 난감하였을 것이다. 이런 여러 이유로 뛰어난 미성의 보이 소프라노들을 중심으로 거세(去勢)를 하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즉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미리 막아서, 그들의 아름다운 미성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 이들을 거세(castration)한다는 말을 따라서, '거세한 남자가수'라는 뜻의 '카스트라토'란 명칭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지금 상상하면 끔찍한 일이지만, 그렇게 비참한 것만은 아니었던가 보다. 카스트라토가 생겨난 즈음에 유럽에는 오페라가 탄생하여, 초기 오페라에 카스트라토가 많이 기용되었다. 바로크 오페라에서는 많은 주역들이 당시에 유행하던 카스트라토를 위하여 만들어졌고, 더불어 카스트라토들은 오페라하우스의 스타가 되었다. 영화로도 알려져 있는 파리넬리 같은 오페라 스타들이 이때에 탄생한 것이다. 그들은 부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인기인들이었다. 그리하여 많은 부모들이 아예 아들들을 거세시켜서 극장으로 데리고 오곤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식을 통해 집안도 일으키고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길이었던 것이다.
당시의 명 카스트라토들로는 파리넬리를 위시하여 카파넬리, 니콜리니, 세네시노 그리고 카에타노 과다니 등이 있다. 그들의 고음은 남자 성인(成人)의 튼튼하고 넓은 흉곽에 실려서, 여성 소프라노와는 또 다른 묘한 뉘앙스와 애수 어린 빛깔을 띠는 묘미가 있었다고 한다. 역사상 최후의 카스트라토라고 불리는 알레산드로 모레스키(1858~1922)의 음성은 녹음으로도 남아 있어, 카스트라토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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