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당권주자 인터뷰]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

입력 2008-06-27 09:26:28

한나라당 허태열(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지난 19일 전격적으로 최고위원 경선에 뛰어들면서 밋밋하던 당권경쟁구도가 친이 대 친박 간의 세대결 양상으로 정리되는 등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으로 당내 친박세력의 좌장격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 여부가 아직 분명치는 않지만 친박성향 대의원의 표심이 허 의원에게로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허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고 있는 자신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당내에서 수적으로는 소수파지만 국민적 지지를 보면 다수파라고 할 수 있다"며 "소수파의 당내참여가 확대되면서 당의 지지기반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갑자기 출마하게 됐나.

▶쇠고기 파동으로 민심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위기상황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그런 민심을 보듬고 나아가느냐의 기로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는 심정으로 출마하게 됐다.

-'친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계파는 어느 때나 있는 것이다. 정치세계에서는 사람에 따라 지향점이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사단'이니 '조지아 사단'이니 하는 계파가 있지않느냐. 서로 경쟁하면서 선순환되도록 하는 것은 정치발전상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수파가 대표가 되면 당내갈등이 증폭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나는 30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명 시장, 명 도지사 소리를 들었다. 특정계보만의 대표가 된다면 나의 미래도, 당의 미래도 없으며 박근혜 전 대표의 미래도 없다. 탕평인사를 통해 불만이 없도록 하겠다.

박 전 대표의 의중에 따라 당을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정도와 원칙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국민의 뜻에 맞을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큰 틀에서 보면 당과 정부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차기 당대표는 5년 뒤 정권창출의 기틀을 잡아줘야 한다.

-당을 화합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는가.

▶지금 우리 당은 총선 이후 어려운 국면에 빠져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행태에 대해서도 당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무소신으로 일관해온 것도 한 원인이다. 청와대의 낙점을 받는 관리형 대표는 안 된다. 또 당내 기반이 없고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대표가 되면 당은 정체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정청간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있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후속 개각에 대한 생각과 국면 타개책이 있다면.

▶대통령이 두번이나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또한 쇠고기 추가협상도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개각 관련 혼선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 총리를 뺀 중폭개각 보도가 나왔다. 이것은 심각하다. 국민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는다. 엊그제 전면쇄신하겠다고 해놓고 총리를 개각에서 제외하면 민심이 등을 돌린다. 민심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쇠고기파동으로 개원이 지연되고 있다. 야당설득 방안이 있는가.

▶7월이 돼야 등원명분이 생길 것 같다. 여야 모두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등원협상이 잘 진행될 것으로 본다.

-다른 후보와의 연대론이 나돌고 있다.

▶대의원투표는 1인2표제니까 전술적으로 필요하다. 나를 찍을 때 다른 한 표는 어느 분을 찍을까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밀한 여론조사를 해서 연대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경선 초반부터 다른 후보와의 연대 운운하는 건 대의원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친박후보와 친이후보 간의 연대도 생각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적인 연대는 경우에 따라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3강구도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경선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촛불집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국민지지도가 헌정사상 가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통령께서 뼈저린 반성을 두 번이나 했다. 다시는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신뢰와 마음을 잃었다. 이제 다시 한번 몸부림치면서 국민지지도를 가져 올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의원들께서 훌륭한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믿는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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