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탓? 배스 탓?…두꺼비 폐사 '미스터리'

입력 2008-06-27 09:52:27

▲ 26일 망월지에서 잡힌
▲ 26일 망월지에서 잡힌 '생태계 교란자' 배스. 배스가 새끼 두꺼비 집단 폐사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는 약하다. 김태형기자thkim21@msnet.co.kr

'무엇이 새끼 두꺼비들을 죽게 했을까?'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 새끼 두꺼비 집단폐사의 사인(死因)이 최대의 미스터리가 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두꺼비 서식지인 망월지에서는 매년 5월 중순쯤이면 수십, 수백만마리의 새끼 두꺼비들이 욱수골로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되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동을 준비하던 새끼 두꺼비들이 망월지 인근 뭍에서 대부분 죽은 채 발견됐다. 특히 올해는 세계양서류협회가 정한 '개구리의 해'여서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사인은 뭘까? 환경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세계적인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자외선 노출과 기온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기온 상승 등으로 서식환경 변화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양서류는 기온변화에 민감해 맨먼저 멸종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단순히 더위 때문에 죽었다는 것보다는 온도 상승이 서식지의 미생물이나 곰팡이 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수만마리의 두꺼비가 살고 있던 미국 오리건주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최근 두꺼비 멸종사건이 발생, 그 원인을 찾아본 결과 자외선 등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에서는 망월지에서 생태계 파괴범인 배스가 대거 목격되면서 새끼 두꺼비 집단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장지훈(67)씨는 "2, 3년 전부터 망월지에 배스가 보이더니 올해는 특히 많이 발견됐다"고 했다. 두꺼비들이 배스에 잡혀 먹혔거나,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서식지인 욱수골로 이동하는 것이 방해받았다는 주장이다. 큰입 배스는 작은 토종 물고기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종 1등급으로 분류한 외래종이다.

그러나 이 역시 직접적 원인으로 단정짓기는 힘들다. 올 들어 수십, 수백만마리의 두꺼비 올챙이와 앞·뒷다리까지 나온 새끼 두꺼비들이 목격됐고, 실제 집단폐사한 두꺼비들은 물속이 아닌 뭍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새끼 두꺼비들의 집단 폐사에 대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관련기관과 학계, 지자체, 환경단체들의 심층 조사가 시급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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