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무슨 도시일까?
교육도시라고도 하고, 컬러풀 대구라고도 하고, 공연문화중심도시라고도 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좋은 도시임에도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구를 '더운 도시' '사과의 도시'라고 한다. 수도권 대학생들은 부산 가는 길에, 경주 가는 길에 지나갔을 뿐 대구에 내린 적은 없다고 한다.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곧 제6회 오페라축제도 열린다. 대구시는 2003년에 오페라 하우스를 개관했고 2011년까지 뮤지컬 전용극장도 짓는다는 계획이다. 모두 공연문화중심도시 건설작업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대구가 '공연문화중심'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천, 울산, 부산, 광주 등도 뮤지컬 페스티벌을 추진한다고 한다. 대구가 이들 도시와 어떤 차별성을 확보해낼지 의문이다. 대구만의 색깔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에는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문학거리와 문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 이설주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들이 살았던 고택이 있고, 동네가 있다.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드나들던 골목과 술집이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남아 있다.
소설가 이문열의 흔적이 곳곳에 있고,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배경 역시 대구였다. 시인 김춘수는 경북대학교와 영남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지냈다. 문인수 시인과 이성복 시인은 지금도 대구에서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정일, 소설가 이인화는 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자랐다.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문인만 해도 1천명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다. 1950년대 대구는 전국 시인 묵객들의 피란문학 중심지였다. 이름을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전국의 문인들이 대구에서 문학활동을 했다. 그리고 이들의 흔적은 길게는 50년 이상, 짧게는 20년이 지났지만 중구 향촌동 일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향촌동, 성내동, 계산동, 종로 일대 문학거리를 서둘러 복원,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어디쯤 작지만 내실 있는 대구문학관을 세워 전국의 어떤 도시와도 근본적으로 다른 문학거리를 가꾸어야 한다.(대구시 중구청이 최근 실태조사에 착수했지만 중구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학의 향기가 있는 곳, 한국문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시를 노래하고 술잔을 들었던 자리…. 이 문학 인프라는 다른 도시가 공유하거나 따라잡을 수 없는 것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인천과 광주, 울산이 문학거리를 만든다고 해도 대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굳이 대구에 오지 않아도 다양한 공연문화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대구에 오지 않는 한 상화 고택, 현진건의 흔적, 이장희가 살았던 동네, 피란문학 거리, 이문열과 김원일의 흔적을 만나기는 어렵다.
얼마 전(16일)에 대구문학관 건립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문인들과 문화예술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제라도 대구시는 대구의 문학유산을 가꾸고 활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문학거리'를 가꾸고 다듬어 전국 대학의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학창시절 한번쯤은 'MT'를 와야 할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문학소녀와 소년들이 방문하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은근하지만 일년 내내 외지인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문학거리가 형성될 때 대구는 '사과의 도시' '더운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두진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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