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방문한 美 텍사스 주립대 교수 윤현정씨

입력 2008-06-18 09:51:53

박사 두개 동시 취득…대학서 파격적 조건 채용

최근 대구 혜화여고는 손님맞이 준비로 부산을 떨었다. 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교수가 된 졸업생 윤현정(30·사진)씨가 10여년 만에 모교를 방문하기 때문. 이에 앞선 지난달 30일 윤 교수는 역시 모교인 아주대를 찾아 특강을 했다.

졸업생인 젊은 여교수를 대학과 여고에서 동시에 초청한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쑥스러워요. 졸업한 지 오래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큰 업적을 이룬 것도 아닌데요." 윤 교수는 겸손해 했지만 그는 하나도 힘들다는 미국 박사 학위를 동시에 두개나 딴 이력의 소유자다. 때문에 미국 현지 언론과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4년 만에 외국에서 정치학과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윤씨는 "동시에 두개의 박사과정 모두 지원하겠다고 말했더니 주위의 시선은 온통 물음표였다"고 했다. 심지어 석사과정을 지도했던 플로리다 주립대 정치학과 교수조차 윤씨를 불러놓고 "하나만 전념해 열심히 하라"고 충고했으며, 대학 측에서도 "그런 사례가 없다"고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윤씨의 욕심은 컸고 고집은 셌다. 이론 중심의 학문인 정치학과 이를 응용할 수 있는 정치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신문방송학이 필요했던 것이다. 윤씨의 고집은 학교 학과장 회의를 거쳐 학교 컴퓨터 입학 시스템을 바꾸게 했고, 마침내 두 과정을 동시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후 윤씨는 공부만 했다. 그는 "학교 입학 시스템까지 바꾸게 했는데 힘들다고 도중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며 "매일 400페이지의 책 한권을 읽었다"고 했다. 방학 때도 수업을 듣는 등 2003년 가을부터 2007년 봄까지의 박사과정 동안 한국에 온 한달을 제외하곤 줄곧 책에 파묻혀 지냈다고 했다.

그의 끈질긴 노력은 정치학과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 동시 취득으로 이어졌다. 윤씨는 미국의 신문·방송·잡지 등 각종 언론에 소개됐고, 지난해 중순에는 텍사스 주립대에 바로 채용됐다. 연봉도 조교수 대우보다 더 파격적이라고 했다. 게다가 보통 조교수에서 부교수가 되는데 6, 7년이 걸리지만 학교에서 올해 부교수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엄청난(?) 제안도 있었다.

미국에서 8년을 홀로 살며 그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끈기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몰두라고 했다. 혜화여고 측은 그의 이런 점에 반해 그를 모교에 불렀다고 했다. 요즘 학생들은 의욕도 패기도 없고 부모에 의존하는 것이 심해, 윤씨의 자립심과 생활력을 배우고자 했던 것이다.

윤씨는 "외국에 혼자 살면서 느낀 것은 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앞뒤 재지 말고 앞만 보고 나가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부하고 싶은 것은 어디에서 어떤 것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만큼 윤 교수에게 최근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사분오열된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분석해 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현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여론을 수렴하는 이해력이 떨어진 결과"라고 꼬집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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