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학부모들은 6월이 힘겹다.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주관 6월 모의 수능고사 성적 때문이다. 입시기관에서는 6월 모의고사로 예측 가능한 학교, 학과를 가늠한다. 재수학원에서 반편성을 할 때 이때의 성적을 활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잣대가 되는 시험이기에 수험생과 주변인들은 초긴장 상태다.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는 수험생은 얼마나 될까?
단 일 년 만에 후퇴한 대학입시안. 지난해엔 등급만 표기했던 성적표를 올해엔 원점수에다 백분위까지 표기하는 것으로 바뀌어 수험생을 다시 혼란케 만들었다. 우리나라 입시정책이야 어디 진득함이 있었느냐 마는 한 번 써먹고 버려야하는 입시정책을 보면 '교육은 백년대계'란 말이 무색할 뿐이다.
두 달 전만 해도 나는 1년 동안은 대학입시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질 것 같았다. 지난해 고3이었던 아들이 1학기 수시로 모 대학 한의예과에 합격했다. 둘째인 딸이 고1이어서 한 해는 조급증을 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돌렸었다. 그런데 3월 한 달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들이 다시 수능 공부를 하겠단다. 수시 합격 후 8개월간의 학습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자퇴를 할 수가 없어 고민이 컸다. 수능까지 매진하지 않았기에 앞으로 남은 7개월 동안 전력질주 한다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다. 아들은 동기생 몇 명이 유급을 감행하자 4월 초에 그 대열에 끼었다.
아들의 지난해 6월 모의고사 성적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 5개월 남은 기간에 내신관리, 수시 면접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불안해했다. 서둘러 안주하고 싶은 생각에 자신에게 유리했던 한의대 수시를 고집했었던 것이다. 아들의 그때 심정을 최근에야 들었다. 원활하게 소통이 되지 않아 결국 지금의 선택을 해야 해 어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며칠 전 아들의 학습 일정표를 보게 되었다. 과목마다 하루의 학습 분량을 정해두고 일일이 체크를 해두고 있었다. 계획표 하단엔 '꼼꼼하게, 천천히 단단하게'라고 써두었다. 서둘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험에서 나온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조급했던 마음이 다소 안정이 됐다. 비록 시간을 소모하게 됐지만 아들의 인생에 있어 깨달음이 되었다는 생각에서다.
이달 하순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는 미리 대비해야한다. 그러나 어떻게 대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제방을 쌓아도 홍수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한다. 서두르다 허술하게 쌓으면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2009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한 번 경험한 사람으로서 감히 당부 드리고 싶다.
결과만을 두고 삶의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 현재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가족 간에 서로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언행을 한다면 입시 결과는 고사하고 모두 불행해진다. 수험생에게 격려의 말을 수시로 한 보따리씩 안겨 삶의 에너지를 증진시켜보자.
서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앞서 얘기했듯이 빨리 제방을 쌓다가 허투루 만들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조급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능률이 생각한 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 부모님 역시 서둘다 자녀를 채근만 한다면 가족 간의 갈등만 빚을 뿐 수험생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소 만족하지 못한 모의고사 성적이 나와도 수험생은 서둘지 말고 꼼꼼하게 단단히 다져나가기를.
장남희(2008년 구암고 졸업생 임준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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