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일요일 저녁 방송하는 모 방송국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다. 요즘 아이들과 대화하려면 봐둬야 한다는 가족의 채근에 가끔 시청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무딘 감각 탓에 공감하는 코너는 많지 않았다. 다만 '밥 묵자'며 투박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로 시작하는 이 콩트는 유독 눈길이 갔다. 가족끼리 대화가 부족한 경상도 가정의 의사소통 부재를 과장하고 풍자한 게 이 코너의 인기비결이었다.
대화가 필요한 게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경상도 가정만이 아닐 것이다. 광우병 시위를 촉발한 '촛불'이 '들불'이 된지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기고 있다. 하지만 대화와 소통의 통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촛불 시위'는 축제처럼 즐기는 새로운 시위 문화의 등장과 함께 국민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오만한 정치권력'에 警鐘(경종)을 울렸다. 우리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촛불 시위'의 장기화를 수수방관하며 마냥 즐기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게 문제다. 특히 어제오늘의 국내외 경제 상황은 화급을 다툰다. 물가는 오르면서 불황이 도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완연하다. 게다가 불행은 저 혼자 오지 않는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투쟁으로 물류대란까지 겹쳤다. 雪上加霜(설상가상)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만으로 당선된 대통령과 정권이 경제 살리기는 시도조차 못하고 광우병으로 좌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두가 傲慢(오만)과 誤判(오판)에서 비롯됐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것은 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 탓이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도 한다. 그러나 기회는 쉬 오지만 한번 떠나면 잡기 어렵다. 대구는 지하철 중앙로역 참사사건 이후 권위와 능력을 상실한 시장으로 인해 지역발전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4년을 허송세월한 아픈 경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과 촛불에 발목 잡혀 대구의 前轍(전철)을 밟을 경우, 그 불행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몫이 된다. 그 중에서도 애옥살이 살림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서민들의 고통이 가장 크다. 촛불이 주는 교훈은 진정성을 가진 대화를 통한 소통이다. 어설픈 처방은 기회를 날리고 위기를 키울 뿐이다. 정녕한 대화가 필요하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