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공원]화원동산

입력 2008-06-12 14:01:47

번잡한 일상 잠시 잊고 화원으로 소풍 가요

화원동산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문화유적, 생태 자원으로 대구의 보물이라 할 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잊혀진 동산'으로 추락하고 있다. 유원지로 결정된 지 올해로 36년째, 말만 유원지일 뿐 즐길 수 있는 시설이라곤 수영장과 '무늬만 동물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동산에서 만난 이명진(55)씨는 "숲길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에서 구경하는 낙동강 경치가 너무 좋지만 단지 그뿐이다"며 "볼거리는 있는데 놀거리가 없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지금 화원동산은 1992년 (주)금복주에서 기증했던 그 모습 그대로 17년째 아무 변화가 없다.

대구시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동산을 숲 속 종합레저문화단지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이미 오래전 나왔다. 토성, 향토역사교육장, 봉화대, 생태학습장, 야생초화원, 조류관찰대, 각종 공연장을 갖춰 대구의 대표 공간으로 키우겠다는 것. 하지만 허울뿐인 계획이다.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화원동산이 가진 가치를 이대로 썩히지만 말고, 보물을 보물답게 가꿀 행정기관의 강한 의지를 기대해 본다.

이상준기자

소풍 가는 기분이다. 점심 시간에 맞춰 김밥과 가벼운 먹을거리를 챙겼다. 잠시 도심에서 벗어나 '화원동산'으로 떠나기 위해서다. 시내에서 화원동산 가는 길은 의외로 가까웠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엔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이 그만.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대곡역 종점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면 10분 남짓 만에 화원동산에 도착한다.

화원동산은 가까이 있을수록 그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곳이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의 대표적인 놀이공원으로 손꼽혔던 화원동산. 그 역사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제35대 경덕왕은 병으로 가야산에서 요양중이던 세자를 문병할 때마다 이곳에 꼭 들렀다 한다. 경덕왕은 동산의 빼어난 경치에 반해 행궁을 지었고, 상화대라 이름 붙였다. 아직도 화원동산엔 흙과 돌로 토성을 쌓은 옛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화원동산에 들렀다면 반드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정상 전망대다. 4층 높이의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에는 '상화대십경'이라는 비석이 서 있다. 낙동강의 돌아가는 돛단배, 금호강 어부의 피리소리, 연암에 내려앉은 기러기, 밥 짓는 연기, 넓은 들판의 논갈이 소리, 삼포의 가을 경치, 가야산의 해지는 모습, 비슬산에 머무는 구름, 상화대의 늦은 봄, 노강진에 길게 드리운 달빛 등 상화대에서 맛 보는 10가지 경치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었다 전한다. 세월이 흘러 그때 그 모습은 사라졌지만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는 도시의 복잡함과 삭막함을 잠시 잊기에 충분하다. 북쪽으로는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 지점이 선명하고 동쪽으로 성서공단과 달서구 월배지구가 흐릿하게 보인다. 탁 트인 전망에 가슴속까지 확 트인다.

화원동산은 또 생태'문화의 보고라 할만하다. 전망대로 오르는 산책로 곳곳에서 망초, 달맞이꽃, 찔레, 칡, 구기자 향기에 취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낙동강변 경사지엔 천연보호림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매년 6,7월에 노란색 꽃이 군락으로 만개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원동산과 인접한 달성습지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보호구역으로, 습지 일대에는 100종이 넘는 철새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동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설화리 고분 30여기는 이곳이 고대 성읍국가의 중심지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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