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의 어느 한 시골을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막 통과하니 예사롭지 않은 흰색의복차림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차량에 대해 방역을 실시하는 것을 보았다.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일 터였다. 그런데, 단지 방역 장면을 본 것뿐인데도 이를 지켜보는 우리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요즘 국내 축산 농가 등에 큰 피해를 입히고,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는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은 닭, 칠면조, 오리와 같은 가금류와 야생조류 등에 주로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으로 구분한다. 고병원성의 경우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조류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호흡기 이상, 설사, 산란율의 급격한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폐사율도 매우 높아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발병지역의 가금류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AI의 병원체는 몇 가지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 단백질의 유형에 따라 H혈청형(HA) 16종류와 N혈청형(NA) 9종류가 있다. 이 두 종류의 단백질에 의해 총 144(=16×9)가지의 바이러스 혈청형이 존재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사람에게 인플루엔자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형태로는, 일반적으로 3종류의 HA(H1, H2, H3)와 2종류의 NA(N1과 N2)가 보고되고 있다. 조류의 인플루엔자 감염은 주로 H5형이나 H7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종(種)에 특이하기 때문에 종간벽(highly species-specific)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AI바이러스 중 일부(H5N1형, H7N7형)는 인체에 감염되어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이후 몇 차례 AI가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나, 약병원성인 것으로 인체에는 감염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전국으로 확산된 AI바이러스는 이전에 발견된 바이러스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체감염 환자가 다수 발생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AI바이러스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어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럼 AI바이러스의 종류가 왜 이렇게 다양하며, 조류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을 감염시키게 된 것일까?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1892년 러시아의 미생물학자 이바노프스키(Ivanovskii D.)는 담뱃잎에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세균여과기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1935년 미국의 스탠리가 담뱃잎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물질의 추출에 성공했다. 이 병원체의 이름은 라틴어로 '독액'이라는 뜻으로 바이러스라고 지어졌다. 바이러스는 보통 20~200㎚의 크기로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으며 핵산(DNA 또는 RNA)과 단백질의 작은 결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 결정이 일단 살아있는 세포 속에 들어가면 놀랄 만큼 빠르게 증식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DNA나 RNA의 유전코드를 이용해 자신과 닮은 자손의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하고 결국 그 세포를 터트리고 나온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보듯이 바이러스의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한 이유는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이다.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은 RNA바이러스는 DNA 복제와 달리 교정단계를 갖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율이 매우 높다. AI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는 것도 변이에 의한 것이다.
김택수(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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