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9일 이전 인적쇄신 후 국민과 대화 나설 듯

입력 2008-06-04 10:31:24

국정쇄신책 가닥 잡나

이명박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막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쇠고기 파문 진화에 나섰으나 미국 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국면 전환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 대통령은 2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국정 쇄신'을 건의받고 곧바로 "국민이 원치 않는다면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한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때문에 미국 측과 물밑 교섭이 진행되고 있고 재협상에 준하는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그러나 "미국 측과 사전에 의견 조율된 것은 아니다"며 "지금부터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노력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등 미국 측의 반응은 부정적이어서 미국과 물밑 교섭으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양국 정부는 한국 수출용 쇠고기에 '30개월 이상'과 '30개월 미만'이라고 명시하는 '월령 표시제'를 도입하고, 미국 수출업자와 한국 수입업자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입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는 수준의 '자율 규제'에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정도 수준에 국민들이 동의하느냐 여부다. 당장 나오고 있는 반응은 월령 표시제나 자율 규제는 미봉책이란 것이다.

지지율 20%대로 위기에 봉착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각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국정 쇄신책을 아무리 내놓아도 쇠고기 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는 국면이 전환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국정 쇄신의 수순은 9일 이전에 장관 및 청와대 수석 일부를 교체하고, 종합적인 서민 생활안정 대책을 제시한 뒤 국민과의 대화로 새출발을 다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그러나 국정 쇄신책이 어느 수준이어야 국민들이 납득하느냐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장관 및 수석 4, 5명 교체 정도로는 국민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국정 쇄신책은 쇄신책이 아니다"며 "언론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작심한 듯 '30개월 이상 쇠고기' 관련 발언을 하고 나서 되레 이 문제만은 반드시 풀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쇠고기 해법과 국정 쇄신책이 어느 수준이 되고,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어떨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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