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예산 운용, 선택 있어도 집중이 없다

입력 2008-06-03 10:15:29

[대구문화행정 이대로 좋은가] ④문화예산 운용

대구의 공연예술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부분 예산부족에서 비롯된다. 올해 대구국제오페라 축제의 예산은 시비와 국비 포함 12억5천만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예산은 시비와 국비 포함 10억원이다.

서울 기획사들이 오페라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대체로 10억∼30억원의 비용이 든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1년 예산 12억5천만원으로는 쓸만한 오페라 한편 만들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이 예산으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13건 21회의 오페라와 발레를 공연한다. 또 오페라하우스는 올해 예산 11억5천만원으로 18건 46회의 기획공연을 한다.

대국국제뮤지컬페스티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1년 예산 10억원으로는 창작 오페라 사후지원, 뮤지컬 제작 인프라 구축 등은 생각조차 힘들다. 이 예산으로는 뮤지컬페스티벌을 치르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오페라 축제로 무엇을 했느냐?' '과연 뮤지컬페스티벌이 정착할 수 있겠느냐?'식의 때 이른 비판이 나오는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돈이 없는데 앞으로라고 잘 되겠느냐'는 우려가 깔려 있다.

오페라축제 조직위와 뮤지컬페스티벌 이사회는 국비 지원에 목을 멘다. 이들은 무시로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지원을 호소한다. 개인적 인맥, 정치력까지 총동원한다. 그러나 문화부는 '대구가 오페라만 한다면' 혹은 '뮤지컬만 한다면 더 도와 줄 수 있을 텐데…'라고 난색을 표명한다. 대구시가 '공연예술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인다는 비판은 여기서 비롯된다.

한꺼번에 일을 벌여서 발생하는 문제는 국비뿐만 아니라 시비지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대구시 관계자는 "예산이 충분하면 뭐든 지원해주지 않겠느냐. 한정된 예산을 쪼개 각종 문화예술분야를 지원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어느 한쪽에 예산을 집중할 경우 다른 분야의 반발에 부딪힌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구시는 각 분야마다 실비를 측정하고 그에 따라 엇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다. '공연문화중심도시' 육성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형평성 때문에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셈이다. 문화계 인사들은 "대구시가 선택은 했지만 집중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원화된 대구시의 뮤지컬 창작지원도 문제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올해 시비와 국비를 합쳐 1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시비 5억원) 이 중 약 1억3천만원을 3개 작품의 창작 지원금으로 배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대구시는 무대공연지원, 기초예술진흥공모사업 등 형태로 뮤지컬 공연 및 창작을 따로 지원하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생겼다고 지금까지 지원해오던 뮤지컬 창작 및 공연지원을 중단하기는 어렵다. 대구국제뮤지컬페시티벌은 전국적으로 작품을 선정, 지원하고 대구시는 대구지역 작품 창작과 공연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 대구를 공연문화중심도시, 뮤지컬 도시로 육성한다는 거시적 목표에서는 동일하다. 창작품에 대한 지원 일원화 혹은 분야별 '교통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부산, 울산, 광주, 인천 등에서도 뮤지컬페스티벌을 추진한다고 한다. 2008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중국 작품 '버터플라이즈'는 제작에 85억원을 투자한 작품으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초대형 작품이다. 대구가 여기저기 창구를 쪼갤 게 아니라 집중한다고 해도 공연문화중심도시 위상에는 부족한 형편이다.

대구시는 2011년 개관을 목표로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 뮤지컬산업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전용극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특히 예산이 부족한 대구시 입장에서는 BTO(Build Transfer Operate)방식으로 민간이 투자해 극장을 짓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문화계에서는 "민간이 400억원 가까운 비용을 투자해 전용극장을 짓고 향후 20∼25년 안에 시설 독점운영으로 건설비 및 운영비를 회수하려면 유명한 작품 위주의 흥행몰이에 몰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용극장이 유명작품의 독점 공연장으로 전락할 경우 기획사의 배만 채울 뿐 '뮤지컬산업육성'이라는 대구시의 기대는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구시는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 컨소시엄 참가업체들에게 이른바 '지역 작품 스테이지 쿼터' 보장, 대구에서 일정 수의 작품창작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이를 계약서에도 명시할 방침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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