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에그플레이션

입력 2008-06-03 07:09:19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S씨의 말실수'가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온 것을 봤다. 궁금한 마음에 클릭해 보니 물가불안을 주제로 한 라디오 생방송에서 방송인 S씨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뜻을 설명하다가 "애그는 계란(egg)을 의미하는 거겠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소 지성인의 대열에 빠지지 않으며 시사 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한 그가 이런 실수를 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실망이다', '인간적이다'라는 의견들이 분분했다.

S씨도 몰랐던 애그플레이션에 대해 알아보자.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의미하는 단어 'agriculture'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올 들어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옥수수, 밀, 콩, 쌀 등 곡물가격이 폭등했다. 멕시코에서는 옥수수 가격의 상승으로 주식인 '또띠야'(tortillas) 가격까지 덩달아 천정부지로 올라 반정부 시위까지 일어났다. 놀란 멕시코 정부는 가격 상한선을 정해놓기까지 했다.

쌀의 경우는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쌀 수출 금지 조치에 들어갔고 세계 쌀 수출 1위 국가인 태국이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함께 쌀수출기구인 OREC(Organization of Rice Exporting Countries)의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OPEC에 이어 쌀을 무기로 한 강력한 '쌀 카르텔'(rice cartel)이 등장함을 알리고 있다.

세계 식량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애그플레이션의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몇 가지를 얘기하면 첫 번째로 바이오 연료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유가 상승이 지속되자 대체 에너지로 떠오른 것이 바이오 연료이다. 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로 만들게 되는 바이오 연료는 에탄올로 온실가스 배출도 적어 대표적인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아 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바이오 연료를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높이 평가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에탄올은 비효율의 극치이다. 레저용 차량(SUV) 연료통을 바이오 연료로 가득 채우는 데 필요한 곡물은 성인 남자가 1년간 먹고도 남는 양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연료로 옥수수의 가격이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두 번째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을 꼽을 수 있다. 경제 성장으로 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육류 소비량이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 1980년 연평균 1인당 20kg의 고기를 소비했지만 지금은 50kg을 소비하고 있다. 같은 열량을 내는데 육류는 밀이나 쌀과 같은 곡물에 비해 훨씬 많은 곡물이 필요하다. 1kg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곡물 3kg, 쇠고기 경우 8kg의 곡물이 들어간다. 육류소비는 곡물 소비의 3, 8배와 맞먹는 셈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인구도 늘었다. 세계 인구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매년 7천85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곡물 생산 증가율이 인구에 따른 수요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맬서스(T.R.Malthus)의 우울한 예언이 현실로 닥칠지 모르겠다.

세 번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금리 인하 조치이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기존에 미달러화에 투자됐던 투기자본들이 원자재 및 곡물로 이동한 것도 애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경원(대구과학고 사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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