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맹부·맹모 다이어리] 딸 서울대 의예과 합격 김귀남씨

입력 2008-06-03 07:50:19

"수성구 전학 고민했지만 아이 믿고 포기했어요"

▲ 서울대 의대에 다니는 딸을 둔 김귀남씨는 자녀교육엔 실력 있는 강사보다 가정의 안정과 정서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서울대 의대에 다니는 딸을 둔 김귀남씨는 자녀교육엔 실력 있는 강사보다 가정의 안정과 정서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그 집 아이들은 어떻게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저 집 자녀는 공부는 잘하지 못하지만 다른 재능이 있다는데…."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해서 자녀교육에 성공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반듯하게 성장해 주길 바랍니다. 자녀교육엔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이웃들의 비결과 고민, 작은 정보라도 함께 나눴으면 합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대구의 화젯거리 가운데 하나. 수성구가 아닌 북구 칠곡지역에서 서울대 의예과 합격생이 나온 것이다. 당시 구암고 3학년 장연지양이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주인공의 어머니 김귀남(46)씨를 북구 읍내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났다.

중학교 도덕 교사인 김씨는 몇번이나 취재를 사양했지만, 기자와 아는 사이인 시동생의 설득으로 어렵사리 승낙을 얻었다. 집에는 막 퇴근한 김씨와 둘째 도연(칠곡중 2년)양과 막내 유근(칠곡초 4년)군이 있었다. 아버지 장윤수(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씨는 학회 일 때문에 중국에 있다고 했다.

김씨는 결혼 뒤 줄곧 이 동네에서 살았기 때문에 의대생이 된 큰딸은 초교 때부터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학원도 동네에서 해결했다. 자녀교육 때문에 수성구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수성구로 이사를 가는 이웃들이 적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연지가 중3일 때는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공부를 알아서 잘하는 편이어서 그냥 아이를 믿었습니다. 전학이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염려도 있었고…."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따님을 서울대 의대에 보낼 수 있었던 비결이 뭡니까? 고액과외라도 받지 않았나요?" 잠시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겸연쩍은 듯 "별로 자식 뒷바라지를 잘한 것도 없고, 비결도 없어 취재에 응하기가 부담스럽네요. 고액과외는 형편이 넉넉지 않아 생각도 못 했습니다. 다만 학원을 운영하는 시동생의 도움은 받았지요."

조심스럽게 몇가지 '비결'을 들려줬다. "연지가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그 점에는 저의 역할이 작용했을 겁니다. 연지가 돌이 지났을 무렵부터 무릎베개를 해주면서 책을 읽어줬습니다. 단지 설거지를 하고 다음날 수업 준비를 위해 일찍 잠을 재우기 위한 것이지, 조기교육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유치원 입학 무렵부터는 책에 빠져 지냈습니다. 당시 남편은 시간강사여서 살림살이가 빠듯했죠.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전집류는 한번밖에 사주지 못했습니다. 근무하던 학교의 '학급문고'에서 책을 몇권 빌려서 초교생인 연지에게 갖다 주면 금세 읽어버렸어요."

여기에 할머니의 지극한 손녀 사랑과 가족의 지지, 그리고 신앙(개신교)이 연지에게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연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죠. 할머니는 손녀를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때 시부모, 시동생, 시누이 등 9명의 식구가 좁은 집에서 지낸 적이 있었는데, 가족애가 남달랐죠. 식구 모두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죠. 이런 정서적 안정과 유대는 딸 아이가 마음을 잡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연지는 어릴 땐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다. 중2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 중학교 졸업 때는 전교 4등을 했다. 고교에 들어가서는 졸업 때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김씨는 이것을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녀교육의 성패는 부모가 가진 정보의 양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이웃 엄마들과 교류가 부족했던 교사 김씨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직장이 학교여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공부 잘하는 중학생들에게 영어공부를 언제 했는지 물어 본 뒤, 초교 4학년 때부터 연지에게 영어공부를 시켰죠. 중·고교생이 된 뒤에는 공부 잘하는 제자들에게 정보를 얻었습니다."

김씨는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도록 돕고 자녀에게 믿음을 주는 것을 자녀교육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사교육의 힘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좋은 학원과 실력 있는 강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챙겨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뭣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자녀교육에 관한 경험, 노하우 그리고 고민을 얘기하고 싶은 분, 이웃의 자녀교육 성공 사례와 재미난 사연을 제보받습니다. 보내실 곳은 kimky@msnet.co.kr 혹은 011-810-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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