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폐기…화물차 상인 고유가 탓에 발묶여

입력 2008-06-02 09:39:17

오이값 작년의 절반에도 못미쳐

▲ 휴일인 1일 군위 오이 농가에서 농민들이 겨우내 난방을 해오면서 수확한 오이를 폐기 처분하고 있다.
▲ 휴일인 1일 군위 오이 농가에서 농민들이 겨우내 난방을 해오면서 수확한 오이를 폐기 처분하고 있다.

"기름값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데 농산물 가격은 갈수록 곤두박질이니, 이게 무슨 조화입니까?"

연일 계속되는 유가 폭등세 여파가 농산물 값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어 농민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광우병 파동으로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소형 화물차로 오이와 배추·마늘 등을 팔고 다니던 소상인들마저 기름값 등을 감당하지 못해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비닐과 비료·농약 등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오이·배추·한지마늘 등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자 농민들은 애써 가꾼 농작물을 폐기 처분하며 영농의지마저 잃어가고 있다.

대부분 시설재배로 생산하는 오이는 '백다다기'의 경우 지난 26일 기준 한 상자(15㎏ 기준)당 9천573원으로 작년 5월 평균 2만760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취청' 오이 역시 7천942원으로 지난해 같은달 평균 2만5천278원의 3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농협과 계약재배한 오이를 하루 150t씩 모두 7만1천800t을 산지에서 폐기처분할 계획이다.

배추가격도 최근 폭등한 농자재값에 비하면 턱없이 낮아 농민들이 배추농사를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성마늘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밭떼기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낮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어 일부 농가들은 마늘파동을 우려하고 있다.

의성군 봉양면 안평2리에서 오이농사를 짓는 박진철(54)씨는 "비닐과 비료·농약 등 농자재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유독 농산물 가격만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글·사진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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