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 편익 비율)가 낮게 나와…."
-"그렇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세요. 경제 논리만으로 볼 게 아니라, 그 지역의 도로 사정이 열악하다는 점도 감안해야지…. 실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애써 보세요."
국토해양부의 권진봉(55)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은 인터뷰 도중 상주-안동-영덕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해 묻자, 곧바로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하고 사업 추진을 독려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때부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적으로 SOC 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됐지만, 경북 북부 내륙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았습니다. 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상주-영덕 고속도로에 권 실장이 그토록 애착을 갖고 있는 데는 지역(경북 문경) 출신이란 점도 작용했을 것 같다. 10년 전 문경 출신의 입법·행정·사법부 공무원들 모임인 '문공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3년 전부터는 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 사업은 그와 인연이 깊기도 하다. 지난 2006년 자신이 건설교통부 도로기획관으로 있을 때 추진됐기 때문이다. 당시 건교부 장관도 구미 출신의 추병직 전 장관이어서 사업 추진에 더욱 힘이 붙게 됐다.
" 사업을 하려고 예비 타당성조사를 조사해 보니 B/C가 경제성 평가기준인 1.0에 턱없이 부족하게 나왔어요. 예산당국에 경북 북부지역의 열악한 사정을 호소하지 않을 수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기본설계에 들어갈 예산이 배정됐지요."
추 전 장관과의 관계도 각별하게 느껴졌다. 추 전 장관이 건교부 장관으로 재임중일 때인 2005년에는 사실상 직급을 낮추면서까지 홍보관리관(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이 행담도 개발비리 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때여서 대변인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그는 당시를 떠올렸다.
이처럼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그 후 공직생활에서는 큰 득(得)이 됐다. 대변인 후에는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도로기획관과 수자원기획관으로 잇달아 영전됐기 때문. 이들 보직을 모두 거친다는 게 쉽지않은 데다 기술고시(13회) 출신으로는 전례가 없었다고 한다. 대변인 역시 기술고시 출신으로는 처음이었다.
지금은 건설수자원정책실장으로 특히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관련된 정부 측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권 실장은 "대운하 사업을 하게 되면 지역경제 회생에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4월부터 추진 중인 '물길 잇기 기본계획 및 5대강 유역 물관리종합대책 수립연구' 용역이 2009년 6월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어서 내년 말까지는 대운하 추진 여부가 확정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용역은 대운하 사업에 대해 제기돼 왔던 경제성·홍수·수질 등 각종 쟁점들을 객관적·전문적으로 검토하게 되는데, 친환경적 운하 건설과 관련된 조사 및 분석·지역개발 구상 등도 포함하고 있다.
권 실장은 고향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유학, 휘문고·서울대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으로 들어섰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