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경 출신 권진봉 국토해양부 정책실장

입력 2008-06-02 07:13:26

-"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 편익 비율)가 낮게 나와…."

-"그렇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세요. 경제 논리만으로 볼 게 아니라, 그 지역의 도로 사정이 열악하다는 점도 감안해야지…. 실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애써 보세요."

국토해양부의 권진봉(55)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은 인터뷰 도중 상주-안동-영덕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해 묻자, 곧바로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하고 사업 추진을 독려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때부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적으로 SOC 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됐지만, 경북 북부 내륙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았습니다. 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상주-영덕 고속도로에 권 실장이 그토록 애착을 갖고 있는 데는 지역(경북 문경) 출신이란 점도 작용했을 것 같다. 10년 전 문경 출신의 입법·행정·사법부 공무원들 모임인 '문공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3년 전부터는 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 사업은 그와 인연이 깊기도 하다. 지난 2006년 자신이 건설교통부 도로기획관으로 있을 때 추진됐기 때문이다. 당시 건교부 장관도 구미 출신의 추병직 전 장관이어서 사업 추진에 더욱 힘이 붙게 됐다.

" 사업을 하려고 예비 타당성조사를 조사해 보니 B/C가 경제성 평가기준인 1.0에 턱없이 부족하게 나왔어요. 예산당국에 경북 북부지역의 열악한 사정을 호소하지 않을 수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기본설계에 들어갈 예산이 배정됐지요."

추 전 장관과의 관계도 각별하게 느껴졌다. 추 전 장관이 건교부 장관으로 재임중일 때인 2005년에는 사실상 직급을 낮추면서까지 홍보관리관(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이 행담도 개발비리 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때여서 대변인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그는 당시를 떠올렸다.

이처럼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그 후 공직생활에서는 큰 득(得)이 됐다. 대변인 후에는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도로기획관과 수자원기획관으로 잇달아 영전됐기 때문. 이들 보직을 모두 거친다는 게 쉽지않은 데다 기술고시(13회) 출신으로는 전례가 없었다고 한다. 대변인 역시 기술고시 출신으로는 처음이었다.

지금은 건설수자원정책실장으로 특히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관련된 정부 측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권 실장은 "대운하 사업을 하게 되면 지역경제 회생에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4월부터 추진 중인 '물길 잇기 기본계획 및 5대강 유역 물관리종합대책 수립연구' 용역이 2009년 6월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어서 내년 말까지는 대운하 추진 여부가 확정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용역은 대운하 사업에 대해 제기돼 왔던 경제성·홍수·수질 등 각종 쟁점들을 객관적·전문적으로 검토하게 되는데, 친환경적 운하 건설과 관련된 조사 및 분석·지역개발 구상 등도 포함하고 있다.

권 실장은 고향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유학, 휘문고·서울대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으로 들어섰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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