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상금을 내건 장편소설 공모가 늘고 있다. 올해 신설된 '문학사상'의 1억5천만원짜리 문학상, 세계일보와 조선일보의 1억원짜리 문학상, 올해부터 5천만원으로 인상된 한겨레문학상을 비롯해 2천만원, 혹은 3천만원짜리 문학상도 네댓개나 된다. 장편 문학상 증가의 취지는 한국소설에 장편 창작동기를 부여하고, 작품의 질을 높여 독자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데 있다.
그러나 고액 문학상이 한국문학의 질을 높이고 독자저변 확대에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우려는 당선작이 문학적 향기보다 당장 독자의 눈길을 끄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기인한다.
세계일보 문학상 수상작으로 10만부 이상 팔린 '아내가 결혼했다'는 도발적 제목이 눈에 띌 뿐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이 소설과 관련한 인터넷 서점 YES 24의 서평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서평은 '주제와 소재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 이렇게 되짚어보았을 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조선일보 뉴웨이브문학상 제1회 당선작 '진시황 프로젝트'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다. 소설의 키워드는 '진시황 프로젝트' '일본 우익' '숨은 실력자' '민족주의' '연애' 등 다양하다. 말하자면 '호화 캐스팅'이다. 그러나 이 거창한 키워드들은 유기적이지 못하고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인터넷 서점 YES 24의 서평 중 가장 많은 추천을 얻은 글은 '제목 는 웃긴다. 정도면 어울릴 듯하다'고 말한다. 이 독자는 '해도 해도 너무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문학상 수상작품을 두고 한겨레신문 최재봉 문학전문기자는 "독자의 입맛을 겨냥한 '계산'아래 씌어진 소설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한바 있다.
물론 위 작품들을 칭찬하는 독자도 있다. 또 거액의 상금을 내건 만큼 당선작의 판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학상 수상작이라면 '문학적 향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점에서 아쉽다.
'문학의 향기'를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을 여백의 미, 상상의 공간, 울림, 깊은 사색, 통찰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영화나 TV 드라마와 다른 '문학만의 독특한 향기'가 있을 때 문학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다.
드라마를 짜깁기한 듯한 내용, 이야기를 펼쳐놓았을 뿐 주워담지 못해 주절주절 설명으로 일관하는 태도, 오직 독자의 말초적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들은 씁쓸한 맛을 남긴다.
독자들은 수상작품을 읽고 실망한 나머지 다른 작품은 쳐다볼 생각조차 않는다. 인터넷 서점 YES 24에 서평을 올린 한 독자는 '도대체 이 작품이 1등이라면 나머지는 안 봐도 알 만하다'고 말한다.
심각한 문제는 여기에 있다. 1등을 하지 못했지만 좋은 작품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2등은 1등의 그늘에 가려 눈에 띄지 않고, 1등은 독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독자는 아예 "나머지는 안 봐도 알 만하다"고 말한다.
거액의 상금이 아니라 문학적 향기를 지닐 때 문학은 독자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더불어 독자의 시선이 거액 상금이 아니라 작품성을 향할 때 문학은 '문학의 향기'를 지닐 수 있다. 지금은 왠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조두진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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