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人獸共通전염병

입력 2008-05-10 10:01:43

질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신체 내부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고혈압과 같은 질병도 있다. 감기처럼 가벼운 것도 있고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질병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戰時(전시) 사망자 가운데 전투 중에 죽은 사람보다 전쟁으로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이 더 많았다.

1492년 콜럼버스의 항해와 함께 시작되었던 유럽인들의 남북아메리카 정복은 병원균이 큰 역할을 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희생된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이들과 함께 들어온 질병에 걸려 죽은 원주민들이 훨씬 많았다.

인간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여러 질병들은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들이다. 동물에게서 옮겨온 질병들이 인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人獸共通傳染病(인수공통전염병)이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AI의 사람 감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닭, 칠면조, 오리 등 가금류와 야생조류 등에 의해 감염된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08년 4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79명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239명이 숨졌다.

인간광우병도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을 경우 발생한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광우병은 2008년 4월 현재 영국 163명 등 193명이 발병,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엔 흙 속이나 사료 등에 섞인 탄저균이 원인인 탄저병도 발생했다. 국내서 지금까지 모두 7명이 탄저병으로 숨졌다. 소에게 많이 감염되는 브루셀라도 인간에게 옮으면 척추염, 골수염 등을 유발한다. 현재까지 약 2천800만 명의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에이즈는 아프리카 야생 침팬지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왔다는 것이 학계 定說(정설)이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이같이 알려진 것만도 무려 300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질병들은 확산 속도가 빠르고 치료마저 어렵다. 전염병이 우리가 기르는 가축과 애완동물들에게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이러다간 동물 주의보가 내려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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