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월역사 이전이냐 보존이냐

입력 2008-04-21 09:21:46

▲ 문화재청이 반야월역을 문화재로 지정, 대구선 폐선 이후 반야월역을 도로부지로 활용하려던 대구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문화재청이 반야월역을 문화재로 지정, 대구선 폐선 이후 반야월역을 도로부지로 활용하려던 대구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반야월역사(驛舍) 철거? 이전? 보존?'

대구선 폐선으로 쓸모없어진 반야월 역사의 처리 방향을 놓고 행정기관 간 '의견 충돌'로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10년 가까이 도로로 계획돼 있던 반야월역이 문화재로 등록되면서 인근에서 아파트 공사를 진행 중인 시공사가 진·출입로를 확보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는 형편인 것.

반야월역사가 졸지에 '애물단지(?)'가 된 사연은 이렇다. 당초 대구시는 1999년 4월 반야월역사를 관통하는 폭 20m 이상 도로를 도시관리계획상 도로로 지정했다. 1992년부터 불거진 대구선 이설계획이 당시에 가시화되면서 반야월역의 쓰임새가 사라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대구시 건축주택과는 2006년 4월 3일 반야월역을 관통하는 도로를 진·출입로로 한 839가구 규모의 아파트 시공을 인근에 승인했다.

문제는 그 이후. 아파트 승인이 난 지 불과 5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문화재청이 반야월역사를 국가 지정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면서 반야월역사를 건드릴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것.

대구시 건축주택과 측은 "최근 아파트 공사 관계자들이 찾아와 건축 허가 승인 이후 반야월역사를 문화재로 만들어버려 도로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문의해왔다"며 "문화재로 지정되다 보니 이곳을 철거할지, 보전할지, 이전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반야월역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신속하게 답변해줘야 할 것"이라며 "신일 부도 이후 재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공사가 역사 문제 때문에 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구시 문화예술과 측은 문화재 지정주체가 문화재청이어서 개입이 어렵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청 도시계획부서 등에서 문화재 지정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으나, 문화재청에서 직권으로 등록해버려 이런 혼란이 빚어졌다"며 "현재로서는 문화재를 현장에 보존하고 도로를 우회하든지, 이전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편 반야월역은 일제강점기였던 1916년 대구~영천을 연결하는 29㎞ 길이 대구선 사이에 만들어졌으며, 지난 2월 14일 마지막 화물열차를 끝으로 폐쇄됐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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