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태아 성 감별 위법 헌법심판에 대해

입력 2008-04-14 07:00:00

개정의료법 제20조는 의료인이 태아의 성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 또는 검사하거나, 태아나 임부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결과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본인 그 가족 기타 다른 사람에게 알 수 있도록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과대학에서 의료법강의를 할 때마다 이 조항이 시대착오적이고 헌법상 보장된 임부의 인격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위헌규정임을 말하였는데 이 조항에 대하여 의사와 변호사에 의하여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니 반갑기 짝이 없다. 이 조항은 1987년 의료법 개정 시 신설된 것으로 당시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여아낙태를 막기 위한 것이 유일한 입법취지였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신규로 임용되는 여판사가 전체의 70%에 이르고, 의과대학 강의실에는 여학생이 더 많으며, 여자 전투기조종사가 나오고, 한국최초의 우주인도 여자인데, 그리고 조만간 여자 대통령이 나온다고들 하는데 이런 세월에 어느 부모가 여아라는 이유로 낙태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005년 서울행정법원은 이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하면서 '어차피 출산을 하겠다는 부모라면 성별을 몰라서 입는 피해라고 해봐야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출산준비에 불편함을 겪는 정도에 불과하고 반면에 낙태를 방지하고 남녀성비불균형을 바로잡는다는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한다. 그러나 임부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태아가 어떠한 아이인지 알 권리가 있는 것이고 이를 헌법은 인격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즉,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면서 국민의 기본인권을 보장하고 있고 그러한 기본권에는 임부가 자신의 배속에 어떤 아이가 있는지를 알 권리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즉, 이 규정에 의하여 임부는 단순한 호기심을 침해받거나 출산준비의 불편을 겪는 정도가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여아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세월에 남아선호로 인한 낙태우려나 그로 인한 성비불균형은 기우에 불과한 성별을 알림으로써 공익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그래도 낙태가 염려된다면 형법상 낙태죄에 의하여 처벌을 하면 될 것이다. 성별을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임부의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함이 명백하고 성별을 알려주더라도 아무런 공익상의 피해가 없음에도 이를 금지하고 심지어 위반 시 형법상 낙태죄보다 무거운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이 규정은 명백히 위헌인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이 규정이 헌법적 심판을 받게 된다니 다행스럽다.

임규옥(변호사·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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