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나이 첫 개인전…경북대 의대 박윤규 교수

입력 2008-03-28 09:17:20

"보여 줄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그림뿐입니다.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간직해 온 일기를 남들 앞에 내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부끄럽습니다."

4월 4일부터 10일까지 갤러리쁘라도에서 전시회를 갖는 박윤규(60)씨. 예순의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여는 그는 의사다. 게다가 30년간 틈틈이 갈고 닦은 그림 실력도 녹록지 않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경북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를 보면 재주가 남다르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화가가 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그림에 대한 관심은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의대에 진학한 후에도 미술은 박 교수에게 여전히 동경의 세계로 남아 있었다. 바쁜 의대 시절 좋아하는 그림을 거의 그리지 못한 것이 미술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박 교수는 1978년 춘천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무작정 큰 화방을 찾아갔다.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을 때 기초를 다져두자는 심산이었다. 그때 그는 서울대 미대 출신의 최용건 화백을 만나 데생 등을 배웠다.

올해 그림 경력 30년. 그동안 공모전에는 출품한 적은 없다. 자신은 그림을 사랑하는 애호가일 뿐 작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림 실력은 아마추어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1991년과 1996년 일요화가회 전국 사생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프로 못지 않는 실력을 보였다.

박 교수는 이번 개인전을 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림을 선보이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어머님 상을 당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도와 주었습니다.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그림을 그리면서 얻은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 큰 마음먹고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전시를 앞두고 고심 끝에 그가 결정한 전시 타이틀은 '自畵自樂(자화자락)'이다. ' 스스로 즐거움을 얻기 위함이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는 의미를 담았다.

출품되는 작품은 1979년 일요화가 전시회에 첫 선보인 '모과와 석류'를 비롯, 한여름의 유원지 풍경을 자유분방한 기법으로 생동감 있게 담은 '성주대교 유원지에서', 최근 작 '옥산서원' 등 54점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작업 스타일을 반영하듯 현장에서 그리기 편한 4호에서 15호까지 작은 그림들이며 형태 위주의 대상 탐구에서 색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간 작품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의학은 제게 보람, 긍지, 기쁨과 함께 아쉬움과 고통을 주었지만 미술은 즐거움과 자유라는 커다란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10년 후 두번째 개인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퇴임을 하면 그림 그리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박 교수는 가슴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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