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자민련 바람'…이번엔 '親朴연대'?

입력 2008-03-22 10:01:05

4·9 총선 구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영남권 친박계 현역의원들이 대거 한나라당을 탈당, '박풍'(朴風·박근혜 바람) 일으키기를 시작한 데 이어 홍사덕 전 국회 부의장이 대구 서구 출마를 선언, 대구경북 선거판이 뒤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홍 전 부의장은 "공천파동의 책임을 묻겠다"며 강재섭 대표와의 대결을 선언했다. 무풍지대였던 대구 서구가 전국의 관심이 집중되는 '빅매치' 지역으로 급변한 것이다.

홍 전 부의장의 대구 서구 출마는 박종근(대구 달서갑), 이해봉(대구 달서을), 이인기(고령·성주·칠곡), 김태환(구미을) 의원 등 한나라당 공천탈락 '친박'의원들과 한나라당 후보와의 단순대결 구도를 단숨에 복잡한 정치게임으로 돌려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96년 15대 총선 같은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대구 10개 선거구에서 8석, 경북에서 5석을 각각 자민련과 무소속 후보에게 잃었다. 이번에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종근 의원이 당시 자민련 바람의 주역이었고, 이해봉 의원은 무소속 돌풍의 핵이었다. 그때 대구에서는 강재섭 대표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만이 신한국당 후보로 살아남았다.

16대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대구경북지역을 싹쓸이하다시피했다면, 12년 만인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독식구조가 깨질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최대 변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이다. 박 전 대표는 24일 대구에 내려온다. 그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박풍'의 세기와 풍향이 바뀔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21일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경기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것. 박 전 대표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측을 겨냥한 말이다. 그는 "나중에 한꺼번에 입장을 밝힐 때가 있을 것"이라며 대구에서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대구는 '박풍'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남아있지만 한나라당을 탈당한 '친박'사람들은 친박 무소속 연대로 한나라당 후보를 위협하고 있고, '친박연대'라는 정당도 탄생했다.

홍 전 부의장에 이어 송영선 의원(비례대표)도 '친박연대'로 대구 달서병에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 달서갑, 달서을, 달서병 등 달서구 3개 선거구와 고령·성주·칠곡, 구미을 등 박 전 대표의 달성군을 둘러싸고 있는 '친박벨트'가 형성된 것이다.

대구경북에 휘몰아치고 있는 '박풍'이 12년 전의 '자민련 바람'과 무소속돌풍 이상이 될지 여부는 오는 24일 대구에 내려올 박 전 대표의 움직임과 입에 달려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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