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싸움, 뭉쳐라" 中企 '조합의 힘'

입력 2008-03-20 09:21:02

▲ 19일 대구 제이스호텔에 모여 다음날부터 일부 업종에 대한 납품중단을 결정한 전국 주물업체 대표들. 중소기업들이 조합을 구심점으로 똘똘 뭉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19일 대구 제이스호텔에 모여 다음날부터 일부 업종에 대한 납품중단을 결정한 전국 주물업체 대표들. 중소기업들이 조합을 구심점으로 똘똘 뭉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어려울 때일수록 뭉쳐야 산다.'

원자재가 급등, 고유가 등으로 정부·대기업을 향해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각 업종별 협동조합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조합은 지난해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전면 폐지되면서 역할이 축소됐지만 최근 원자재가 상승 등의 암초에 부딪치면서 중소기업들을 결집하는 한편 정부·대기업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현재 대구경북지역 조합은 연합회 1개, 전국조합 2개, 지방조합 50개, 사업조합 30개 등 총 83개이다.

최근 지역 주물업계는 선철·고철값의 폭등으로 주물제품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워지자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뭉쳐 주목을 끌고 있다. 주물업계는 현대차 등 대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면서 중소기업 집단행동의 '도화선'이 됐다.

주물조합은 19일 대구 제이스호텔에서 대구경북지역 주물업체 10개를 비롯한 전국 30여개 업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20일부터 자동차부품 등 일부 업종에 대한 납품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공작 및 산업기계부품 등 단가인상 협상이 이뤄진 업체를 제외하고 자동차부품 등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업계에 대한 납품중단은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남원식 대구경북주물조합 이사장은 "현대차가 20% 정도의 가격 인상을 한다지만 실제 인상은 5%에 불과하다"면서 "다른 대기업도 무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납품중단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20일부터 고령군 다산지방산업단지 입구에 용역 경비원을 배치해 협상타결 공문을 부착한 입주 업체 차량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레미콘업계도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을 중심으로 뭉쳐 대형 건설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는 19일 전국 곳곳에서 조업을 중단했으며, 지역 레미콘조합은 일단 사태추이를 지켜본 뒤 동참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경북지역 67개 아스콘업체들은 지난 18일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과 함께 궐기대회를 갖고 조달청과 중소기업청에 납품단가 인상 등을 요구했다. 지역 아스콘조합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달청과 계약을 해지하고 미납 물량을 반납하는 한편 다음달부터 생산 중단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고유가로 채산성이 악회되고 있는 지역 염색업체계도 지난 17일 대구경북염색조합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달부터 가공료를 25~30% 인상하기로 결정, '조합의 힘'을 보여줬다.

지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의 의무는 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면서 "단체수의계약 폐지로 힘을 잃었던 조합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위기가 닥치면서 중소기업들을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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