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열등감 극복의 참의미 되짚어
초콜릿은 달콤함의 대명사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초콜릿이 씁쓸하다. 독일작가 미리암 프레슬러의 '씁쓸한 초콜릿'의 주인공 '에바'에겐 그렇다.
에바는 초콜릿을 입안 가득 품고는 슬픔을 눈물로 짜내는 열여섯살 소녀다. 밤 늦게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냉장고를 뒤져 버터 바른 빵과 연어, 치즈 등 닥치는 대로 먹고는 흐느껴 우는 소녀다. '뚱뚱함'. 그녀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67㎏이나 된다. 항상 머릿속엔 살을 빼야 한다는 의지가 있지만 늘 배가 고프고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그녀에겐 그것이 헛구호에 그치고 만다.
열여섯살 소녀에겐 뚱뚱함이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에바는 자신이 뚱뚱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두렵다. 혹 상처받을까 봐 다른 사람들을 피한다. 뚱뚱한 자신의 몸을 바라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 그래서 늘 숨고 싶어진다.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칠판 앞으로 나가는 대신 고개를 숙여버린다. 체육 시간에 팀을 짤 때가 되면 제대로 묶여 있는 신발 끈을 괜히 풀었다가 다시 매는 수고도 한다.
그런 에바에게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가 건네주는 초콜릿은 씁쓸하기만 하다. 달콤한 행복감이 아닌 씁쓸한 불쾌감. 더 뚱뚱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뚱뚱한 자신에 대한 원망은 초콜릿의 씁쓸한 맛 속에서 한없이 녹아든다. 에바에게 삶은 씁쓸한 초콜릿 같은 것이다. 불쾌하게 지속되는 씁쓸한 맛….
하지만 그녀에게도 변화의 바람이 찾아온다. 분수대에서 우연히 만난 '미헬'이란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또 '프란치스카'란 반 친구를 만나면서 그녀의 뚱뚱함이 삶에 큰 의미가 없음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들은 그녀가 뚱뚱하다는 사실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미헬과 프란치스카와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에바는 서서히 내면에 감춰져 있던 자신감을 얻는다. 그 전까지 있는 둥 마는 둥 하던 에바는 반 친구들과도 소통을 하게 되고 급기야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에바의 신체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여전히 뚱뚱한 소녀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에바는 이제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동안 짊어졌던 뚱뚱함에 대한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소녀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남들보다 뚱뚱해서 한번쯤 겪었을 열등감은 비단 주인공 에바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에바의 깨달음을 통해 뚱뚱하다는 것이 삶에 큰 몫은 아님을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가지쯤 자신만의 열등감을 갖고 살아간다. 때론 누군가에게 그것은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느냐'는 것이다. 열등감으로 친구와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고 외롭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따뜻한 햇살같이 다가갈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생각해보기)
1. 에바는 아버지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18세만 되면 독립하고자 남은 기간을 하루하루 표시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뭘까.
2. 에바는 프란치스카와 옷을 사기 위해 갔다 평소 입던 어두운 색깔보다 밝은 색깔의 옷을 구입한다. 그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3. 혹 주변에 에바와 같이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는지 찾아보자. 혹 있다면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조언자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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