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측 박희태 탈락 수용…영남권 공천 뒷얘기

입력 2008-03-14 10:00:08

○…한나라당 공천의 최대 고비는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공천문제였다.

공천심사위원회는 13일 오전부터 회의를 열었지만 박 전 부의장 공천에 대한 계파 간 입장차이가 정리되지 않아 내내 공전했다. '친이'측은 박 전 부의장을 탈락시키지 않으면 다른 다선 고령의원들을 물갈이할 수 없다는 안강민 위원장의 최후통첩을 받아들고 고심에 빠진 것. 결국 오후 4시를 넘으면서 '친이'측이 박 전 부의장 탈락방침을 받아들이면서 공천심사는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한 지역구당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탈락자들을 정해두고 일괄심사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 다선의원들을 선별하고 이들에 대한 처리부터 결정했다. 그리고 공천자가 결정됐다.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공천심사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발표시간이 한시간 더 연장됐다. 한나라당사 주변은 긴장감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대학살설'이 가시화됐다는 확인 안 된 소문도 나돌았다.

○…대구지역에 대해서는 강재섭 대표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강 대표 역시 3선 의원들을 선별구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으나 박 전 부의장 탈락이라는 급류를 만나면서 힘을 잃었다. 박종근 의원이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공천 결과를 전해 듣고 강 대표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당초 달서갑에는 박 의원을 공천하고 홍지만 전 SBS 기자를 달서병으로 이동배치하는 방안이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의원이 교체되는 바람에 달서병은 김석준 의원 탈락 방침만 확정되고 전략공천지역으로 남게 됐다. 한나라당은 주말까지 대상자를 공모한 뒤 서울 강남권 심사와 함께 전략지역에 대한 심사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공심위 관계자는 "대구의 다른 지역에서 탈락한 인사 중에서 적임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또한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친박몫의 3선으로 이해봉 의원을 살릴 것을 강하게 고집했으나 다선의원 일괄물갈이 방침에 손을 쓰지 못했다는 후문도 나돌고 있다.

○…공천 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난 2월 말부터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는 전경차들로 둘러싸였다. 겨우 한 명이 지나다닐 통로만 만든 채 전경 버스들로 바리케이드를 친 것. 연일 열리는 공천 탈락자와 지지자들의 항의·규탄 시위 때문이다.

공심위 회의장이 있는 당사 6층 대회의실은 십여명의 경찰과 전경이 별도의 경호에 나섰다. 회의 중에는 일절 외부 인사를 들이지 않았다. 한 달 동안의 시위로 인해 장사가 되지 않자 인근 한 노점상은 "제발 좀 먹고살자"며 시위 반대를 위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때 공천 심사 발표를 누가 할 것인지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공심위 회의가 끝난 뒤 결과 발표를 놓고 친이 측과 친박 측이 맞선 것.

친박 측은 "우리도 발표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고, 친이로 분류되는 정종복 간사는 "발표는 간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친박은 "발표를 우리가 했으면 공심위 결과도 달라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의 중에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언론에 낱낱이 공개했다면 수적 우위를 점한 특정 계파의 밀어붙이기식 공천에 부담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지역 인사는 대구경북 공천 결과가 발표된 13일을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이라고 정의했다. 세계대공황을 불러 왔던 '블랙 먼데이'에 빗댄 것. 지역 정치력도 바닥을 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현재 의원들 평균 선수는 대구 2.08, 경북 2.07선이나 이날 공천 내정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가정할 경우 18대 예상 평균 선수는 대구 1.92, 경북 1.94로 낮아진다. 재선급의 평균 선수가 초선급으로 떨어진다는 것으로, 지역 정치권 중량감이 줄어든다는 우려감이 배어있다.

서명수 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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