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업구조의 질적 전환기에 출범한 새 정부는 신성장 패러다임으로 한국경제 체질의 구조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매일신문은 이와 관련 학계 전문가와 경북도 관계자 등 5명을 초청한 가운데 14일 오전 10시 30분 본사 회의실에서 특별 좌담회를 열고, 지역의 미래 유망 신성장 동력산업을 진단하고 그 실천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박용완(영남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염영일(포항지능로봇연구소장)
=문주현(동국대 에너지학부 교수)
=윤칠석(경북전략산업기획단 기획팀장)
=박성환(경상북도 경제과학진흥본부장)
*사회:조향래(매일신문 사회2부장)
▷사회:요즘 전 세계는 신성장동력산업의 선점을 위한 무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경북은 에너지·로봇·글로벌 IT·부품소재산업을 미래 경북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유망성은 어떤지, 그리고 우리 지역에 어떤 비교우위가 있는지?
▶윤칠석: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대다. 에너지·로봇·첨단부품소재산업은 선진국들이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정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대표적 산업군이다. 새 정부는 5+2 광역경제권 구상에서 대경권의 전략산업으로 에너지·전자·섬유산업을 설정하고 있다.
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추진한 2단계 지역산업 발전 로드맵에서는 모바일·자동차 부품·기능성바이오소재를 특화부문으로 설정했다. 경북도의 제3차 지방과학기술진흥계획에서는 에너지·지능로봇·첨단부품소재산업을 대구경북권의 신성장산업으로 선택했다. 그만한 지역적 잠재력과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방폐장을 비롯한 3대 국책사업의 유치,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 구축사업 등은 국가정책사업의 지역적 수행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지능로봇연구소, 방사광가속기, 글로벌 부품소재산업밸리 조성사업 등은 타 지역과 대별되는 경북의 잠재력이자 확실한 기반이다.
▶문주현:바야흐로 에너지 전쟁시대가 왔다. 이 가운데 교토의정서 채택과 같은 환경협약에 따라 세계는 청정에너지 기술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세가지 면에서 에너지산업 육성의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첫째는 에너지산업 기반이다. 경북은 우리나라 원자력생산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가 2천250억원을 투자해 발전용 연료단지 공장을 건립 중에 있고, 일본의 오릭스와 독일 이퓨론과 같은 세계적인 에너지기업들이 경북에 투자하고 있다.
울릉도·독도 해저에는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가 1천500억달러어치나 묻혀 있다. 둘째는 연구개발 인프라다. 월성원자력 환경관리센터, 한수원 본사, 양성자 가속기 등 3대 국책사업을 유치했고 포스텍을 비롯해 39개의 대학이 있다. 셋째는 지리적 위치다. 국내적으로는 울산과 강원을 아우를 수 있고 국제적으로는 러시아 일본과 연계해 환동해에너지벨트를 구축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박용완:구미를 중심으로 형성된 경북의 모바일산업은 생산량과 매출액 그리고 기업체 수 등에서 세계 최고·최대 규모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의 집적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 LG필립스, 팬텍 등 휴대폰 완성품을 제조하는 대기업의 존재는 인근지역까지 IT부품산업의 발전기반이 되고 있다.
경산 영천 경주를 잇는 산업지대에는 유비쿼터스임베디드센터, 하이브리드부품소재연구원, 양성자가속기 등 첨단R&D벨트가 형성되어 있고, 산업 비중도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동차부품업체가 집중 분포되어 있어서 향후 주변지역의 발달된 철강(포항) IT(구미) 기계(창원) 완성차(울산) 산업과 연계한 IT융합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산업 메카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경산지역은 학원 밀집지역으로 고급인력이 풍부해, 지역 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전문 인력의 공급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염영일:2020년 이후에는 로봇산업이 자동차산업을 능가하리라는 시장예측이 있다. 경상북도는 로봇산업 육성에 훌륭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R&D 인프라가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로봇산업은 IT, NT, MEMS(미세기술), 인공지능과 같은 여러 분야의 기술이 집합되어야 하는데 경북에는 이러한 연구기관이 27개나 된다.
특히 독립법인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재)포항지능로봇연구소가 있다. 기반산업도 국내 어느 지역보다 뛰어나다.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과 신소재, 경주의 자동차부품, 대구의 메카트로닉스 등이 비교우위에 있다. 로봇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경북도가 제일 먼저 시작한 한국지능로봇대회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로봇 그랜드챌린지대회, 세계 청소년들의 로봇올림픽인 2009 월드로봇올림피아드를 유치해 로봇기술은 물론 로봇문화의 중심지 부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박성환: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는 교토선언 이후 환경문제와 화석연료의 한계에 따른 지속적 에너지 확보라는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는 원전10기, 방폐장 등 3대 국책사업, 포스텍 등 R&D 기반과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최대 에너지산업기반을 활용한 것으로 경북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 사업이다.
경주-포항-영덕-울진을 지역별로 특화시켜 청정에너지 밸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일본을 잇는 환동해 에너지메카로 조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글로벌 IT·부품소재 허브 밸리 조성사업은 구미 중심의 IT 밸리를 생산과 R&D가 함께하는 현장으로 만들고 자동차·에너지 부품산업과 연계해 글로벌 첨단산업 벨트화하는 것이다. 신성장 동력산업의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리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다.
▷사회:지역의 잠재력과 정부정책을 분석해 볼 때 에너지·로봇산업과 글로벌 IT·부품소재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한 것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방향 못지않게 실천이 중요한데,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성환:두사업은 경북이 미래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주요 내용이 새 정부의 공약사업으로 반영되어 국가 기간산업으로의 중요성도 입증되었다. 문제는 에너지 로봇 등 신성장 동력산업은 막대한 자본이 드는 산업이며 초창기에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원 마련을 위해 부처별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을 통한 국책사업화를 밀도 있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플랜트 시설투자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자본집약형산업인 신재생에너지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
그러나 각종 규제로 인해 민간의 투자가 유입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공장 하나 짓는 데 30개의 법률과 62개의 인·허가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각종 영향평가위원회 운영을 개선하고 농지 산지 등 과도한 토지이용의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
▶문주현:경북이 국가에너지 정책의 중심, 나아가서 환동해 에너지벨트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특히 새 대통령의 공약인 첨단에너지산업특구와 에너지기업도시 지정이 관건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사업을 울산 강원과 함께 힘을 합쳐 광역에너지산업클러스터로 추진해야 한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다. 가칭 '국가 에너지산업육성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상북도가 주도적으로 창설한 월드그린에너지포럼(WGEF)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본다. 세계 에너지 전문가 및 산업체와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신재생·그린에너지의 세계적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용완: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기관의 필요성이다. 예를 들면 구미에 가칭 '모바일산업진흥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모바일 특구 지정과 함께 모바일산업진흥특별법 제정도 필요하다. 특히 융합 신기술의 경우 대부분의 선진국조차 아직 발전 초기단계에 있다.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의 강점을 활용해 융합기술 분야의 선도적인 위치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구미의 모바일산업, 경산의 지능형자동차산업, 영천 경주의 부품소재산업을 융합산업벨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책연구기관인 '(가칭)한국융합기술원'을 설립해 국제공동연구로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전문 인력의 양성을 서두르고, 연구 개발에서도 21세기 성장엔진인 IT, NT, ET 등 첨단기술 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신산업을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염영일:연구기관 간의 협력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로봇산업 관련 연구그룹을 구성해 로봇산업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R&D 허브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타 산업기술 분야와 융합연구도 필요한 만큼 자동화 지능부품 산업클러스터와 같은 클러스터도 구축해야 한다.
로봇산업의 킬러 앱(Killer Application·시장주도상품) 창출을 위한 원천기술 및 기술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국내 로봇산업은 초기단계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대 필요하다. 지능형 로봇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실험인증센터 및 벤처지원센터를 포함하는 '지능로봇 콤플렉스'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윤칠석: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글로벌 광역경제권을 성공 모델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경북의 신성장 동력산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한 전제는 지역의 글로벌 인프라 구축이다. 영남권 신공항 조기건설과 포항 신항만 조기 완공과 같은 광역교통물류체계 구축, 외국인 교육환경 및 지방대학 육성과 같은 정주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윈-윈'하기 위한 초기 조건 설정이자 국민이 어느 지역에 살든지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기반조성(national minimum)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최소한 이러한 지역인프라 구축 후에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서만 전국이 함께 잘살 수 있는 선진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정리=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