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도서관이 북적 "사서가 울 엄마거든요"

입력 2008-03-14 09:38:39

대구 월성 코오롱 하늘채, 주부 자원봉사로 성공 운영

▲ 오후가 되면 하늘채 도서관에는 책을 분류하는 봉사도우미와 책읽기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로 늘 만원이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오후가 되면 하늘채 도서관에는 책을 분류하는 봉사도우미와 책읽기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로 늘 만원이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1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1동 코오롱아파트의 '하늘채 도서관'. 132㎡ 규모의 도서관에는 하늘색 앞치마를 두른 주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도서 분류 목록표를 보며 새로 구입한 400여권의 책을 책장에 꽂느라 바빴다.

그 옆에는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도서관 입구는 아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 도서관은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개관한 도서관은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

주부 봉사자들은 개관 준비를 위해 대구의 공공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도서 분류법을 배운 덕분에 4천500여권에 달하는 책을 깔끔하게 분류했다. 정경숙(42·여)씨는 "책에 번호표를 붙이고 바코드 작업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큰 도서관 못지 않다"며 "아이들과 함께 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두류도서관과의 도서 교류를 통해 3개월마다 양서 500권을 확보하고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논술, 과학, 영어 등 테마 수업에도 신청자가 몰리고, 토요일 오후에는 영화 관람도 한다. 엄태연(12)군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빨리 오고 싶다. 도서관을 자랑하고 싶어 반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고 했다.

하늘채 도서관을 배우려는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달서구청에서도 도서 교류, 대출 전산망 통합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하늘채 도서관 채석문(40·여) 봉사회 회장은 "주민들 손으로 만든 도서관이 이렇게 호응이 좋을지 몰랐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도서관 교류와 테마 수업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류은주 문화예술과 문고담당자는 "건축법상 지난해 10월 말부터 새로 생기는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단지내에 1천권 이상의 도서관을 운영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었다"며 "하늘채 도서관이 좋은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운영하는 미니 도서관은 대구에 10개 정도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드문 실정이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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