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밤의 쇼크…대구경북 한나라 공천 분석

입력 2008-03-14 09:41:30

"목요일밤의 '대학살'이었다." 13일 발표된 한나라당의 4·9총선 영남권 공천결과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공천 결과 '친박'과 '친이'의 구분은 무의미했다. 강재섭 대표가 "내가 봐도 충격적"이라면서 "옥석의 구별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역사의 흐름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대구경북 27곳 선거구의 25명 현역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김광원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을 포함, 11명의 현역 의원이 교체됐다. 무려 44%의 현역교체율을 기록한 것이다.

지역 3선 의원 6명은 모두 탈락했다. 나이 구분도 없었다. 대구의 박종근(달서갑) 이해봉(달서을) 안택수(북을) 의원과 경북의 이상배(상주) 임인배(김천) 권오을(안동) 의원 등 6명의 3선 의원 중 살아남은 의원은 없다. '공천개혁'의 물살에 속절없이 떠내려간 것이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이 확실시되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탈락한 데 대해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이 "의정활동이 우수한 의원들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듯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지역경제살리기 차원에서 강 대표 등이 박종근 의원 등의 구명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상배 의원도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당초 이 의원은 공천심사 막판까지도 공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선·고령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바람을 끝내 견디지 못했다. 공심위 한 관계자는 "중진을 날릴 때는 낌새도 못 채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계파 분포가 친이 5, 친박 5로 절묘하게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끈다. 안택수, 김석준, 권오을, 이상배, 임인배 의원이 친이라면 친박은 박종근, 이해봉, 이인기, 김재원, 김태환 의원 등 5명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5대 5의 공평한 결과라고 하기는 어렵다. 새로 공천을 받은 인사들 대부분이 친이 성향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친박 측은 "'공천개혁'으로 포장된 친박계 대학살"이라고 비난했다.

대구에서는 북을의 서상기 의원(비례)이 친박으로 꼽힌다. 배영식 한국기업데이터사장(중·남구)은 강 대표의 추천을 받았다. 배 사장과 김성조 의원은 친이로 일컬어지지만 정확하게는 강 대표계로 분류할 수 있다. 홍지만 전 SBS 기자와 권용범 뉴라이트연합공동대표 등 '친박' 현역의원 지역구에 공천을 받은 나머지 정치신인들은 대부분 친이성향이다.

대구경북에서 친박은 박근혜 전 대표(대구 달성), 유승민(동을), 주성영(동갑) 서상기(비례대표), 경북의 최경환(경산·청도) 의원만 살아남았다.

당초 구미갑에서 김성조 의원과 경합하던 이재순 학장(한국폴리텍IV대학 구미캠퍼스)은 국내 두번째 여성장군 출신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되면서 인접 선거구인 구미을로 이동배치됐다. 그 결과 김태환 의원이 유탄을 맞았다.

고령·성주·칠곡에서는 이인기 의원과 주진우 전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두 사람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이 어부지리를 챙겼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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