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디아를 아십니까?
친디아(Chindia)는 중국과 인도가 결합된 신조어입니다. 인도의 경제학자이자 정치가인 자이람 라메쉬가 만든 용어입니다. 친디아가 2040년에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뉴욕의 거리는 세계 정세에 가장 민감한 곳입니다. 월가의 증권시세만이 아닙니다. 노점상에서도 우리는 세계 정세를 쉽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3월인데도 맨해튼 거리의 바람이 찹니다. 학교에서 나와 5번가를 걸어가는데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듭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100% 캐시미어라고 쓰인 숄을 20달러에 사서 옷 위에 걸칩니다.
이 숄이 재미있습니다. 영국 국기와 '메이드인 스코틀랜드'라고 쓰여 있지만 생산지는 파키스탄이고, 판매는 인도가 합니다. 파키스탄에서 나는 양털로 만든 '파시미나 캐시미어'이죠. 인도에서 먼저 등록해 인도가 세계인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파시미나 캐시미어는 세계 점유율의 80%를 인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물건을 가지고 중간 판매로 이득을 남기는, 대단한 상술이죠. 그것도 분쟁지역의 옆 나라를 말입니다.
뉴욕 어느 곳에서든지 인도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대학에서도 유명한 의사나 교수 중에 인도인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뜨입니다. 이곳저곳의 작은 상점 주인들도 대부분 인도 사람들 같습니다. 영어를 잘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무료 전화로 전화를 하면 인도에서 대답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뉴욕시 지하철역 안에 작은 노점상도, 주유소 주인도 대부분 인도 사람들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인지 카스피해의 유전 때문인지 뉴욕의 곳곳에 인도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시안 소사이어티의 책임자도 최근에 인도인으로 바뀌었습니다. 60년대 70년대만 해도 아시안이라면 주로 일본인이었고 80년대 이후에 아시안의 대명사는 중국인이었습니다. 중국인이 아시아인의 대명사일 때 우리 한인들은 여러 곳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기가 쉬웠습니다. 그때도 한인들은 여러 가지 불만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요즘 달라졌습니다. 인도 사람들이 득세하는 것 같은 뉴욕의 분위기는 내 생각만일까요. 중국 분위기였을 때와 달리 인도인들에게는 불평할 수도 없이 멀고 낯설기만 합니다. 역시 사람은 모여 살아야 하는가 봅니다.
그래도 고운색의 파시미나 실크 스카프를 목에다 둘둘 말고 감으면서 봄차림이 쉽게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활안에 세계 정세도 함께 누리면서 말입니다. 그나저나 미국의 경제 또한 걱정입니다. 대구분들 잘 계시죠. 보고 싶은 분이 참 많습니다.
백영희(시인·뉴욕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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