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은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 1960년대까지 농촌에 남아 있었다. 대농에 고용된 머슴들은 주인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씨를 뿌리고 거두기까지 농사일을 도맡아 했다. 뿐만 아니라 집안일과 온갖 허드렛일도 했다. 예컨대 주인을 위해 토끼잡이를 나간다거나, 주인집 아이들이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때린 아이를 찾아내서 응징하는 일까지 맡아서 했다.
머슴은 당연히 부지런해야 했고 주인보다 먼저 일어나야 했다. 동트기 전 새벽에 일어나 농사 도구를 손질하거나 일찌감치 들에 나가 일을 시작했다. 일이 적은 겨울철에는 장작을 패거나 땔감을 준비하고 마당을 쓰는 등 아침 식전에 해야 할 일은 항상 있었다.
대가는 연봉 개념과 같은 私耕(사경)을 받았다. 대체로 덩치와 연령에 따라 일년에 쌀 몇섬을 받았지만 장가를 보내주겠다, 동생 공부 시켜주겠다는 조건도 있었다. 워낙 가난했던 시절이라 어린아이들도 식모살이 머슴살이를 했는데 어린 머슴은 꼴이나 뜯는다고 꼴머슴이라 불렀다. 어린 머슴은 사경이 따로 없이 재워주고 먹여주고 입혀주는 것으로 족했다.
분명한 계약이나 회계처리가 없던 시절이라 사경과 조건은 잦은 말썽의 대상이었다. 실컷 부려먹고 사경 한푼 안 주고 내쫓거나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는 주인들이 적지 않았다. 김유정의 소설 '봄봄'은 주인집 딸과의 결혼을 조건으로 머슴살이를 하는 주인공과 장인 될 사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지만 대체로 머슴살이의 설움은 컸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업무보고회에서 공직자 머슴론을 펴면서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 게 머슴의 할 일이며,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선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는 "머슴론에 기인해 공직에 봉사와 희생만을 강조한다면, 자칫 공직사회의 사기 저하와 더불어 하위직 공무원의 희생만 양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국민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머슴을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며 고위 공직자를 겨냥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머슴론에 일반 국민들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는 머슴들이 주인은 굶어도 제 밥은 다 찾아먹고 봉사는커녕 군림하려 드는 데 대한 공감들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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