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경제는 아직도 한겨울

입력 2008-03-11 09:41:25

봄이 왔지만 사람들의 마음엔 아직도 한겨울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상황을 둘러싸고 나쁜 소식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악재는 역시 치솟는 물가. 지칠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 때문에 특히 '서민 경기'에 한겨울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물가가 문제다

대구시내 한 대형 아울렛 매장. 이 곳은 지난 1, 2월 매출이 전년에 비해 줄었다. 한자릿수 수준의 하락률이지만 이 곳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

이 곳 관계자는 "농산물·가공식품 물가가 폭등하자 가격이 저렴한 아울렛 매장을 주로 찾는 서민들이 '옷이라도 덜 사야되겠다'면서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며 "고물가 추세가 계속되는 상황이라 올해는 VIP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유통가의 지난 1, 2월과 지난해 대비 매출 신장률을 분석해본 결과, 물가상승 영향을 덜받는 백화점은 신장세, 그렇지 못한 대형소매점은 보합 또는 하락세였다.

유명 대형소매점 대구 점포들의 지난 1, 2월 매출신장세는 지난해에 비해 3% 가량 떨어졌다.

이 곳 관계자는 "고물가가 씀씀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빵빵한 월급쟁이'가 적은 대구는 타격이 더 심하다. 울산은 같은 상황이라도 지난 1, 2월 매출 신장율이 10%에 이르렀다"고 했다.

반면 대구시내 3대 백화점의 1, 2월 매출신장율은 10%에는 못 미쳤지만 5~7%까지 늘었다. 물가 상승에 덜 민감한 소득계층의 씀씀이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소비위축 태풍'을 몰고 온 물가 상승세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3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8% 상승, 2004년 11월의 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시리즈로 쏟아지는 악재

수입물가를 좌우하는 '환율'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우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째 급등, 지난 주말보다 7.80원 급등한 965.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이후 7거래일간 26.30원 급등하면서 2006년 8월14일(965.80원) 이후 1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96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06년 10월9일 이후 1년 5개월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수출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환율 증가분만큼 수입물가도 고스란히 오르는 셈이어서 물가상승은 더욱 심화한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줄기차게 매각한 뒤 판 돈을 달러로 바꿔나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사회 전반의 '부(富)'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증시도 깊은 어둠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7일)에 비해 38.80포인트(2.33%) 급락한 1,625.17, 코스닥지수는 21.15포인트(3.29%) 폭락한 622.60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817조1천873억원)과 코스닥시장(90조4천236억원)의 전체 시가총액은 907조6천109억원을 기록, 전날과 비교할 때 순식간에 22조1천663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625.17까지 후퇴함으로써 지난 1월31일(1,624.68) 이후 한달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 올 최저점인 1,589.06에 불과 36포인트 정도만 남겨놓으면서 투자자들의 가슴은 타 들어가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사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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