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고 재미없는 '왕조 실록' 뒤집기
'조선의 왕도 비자금이 있었다?' '궁궐에는 화장실이 없다?'….
사뭇 호기심이 가지 않은가. '엽기 조선왕조실록'에는 재미있는 소재들이 즐비하다. 딱딱하고 기록물 냄새가 풍기는 조선왕조실록을 저자 이성주씨가 제대로 비튼 작품이 '엽기 조선왕조실록'이다. 저자는 과거 사극을 쓰고자 조선왕조실록을 펼쳐들었는데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재미있는 역사를 왜 어렵게 말하는 걸까.' 거기서 저자는 나름대로 '역사의 대중화'라는 사명을 갖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유머가 녹아있는 세태 풍자는 물론, 현대적인 관점에서 조선 역사를 재해석하고 있다.
책 내용의 일부를 좀 살펴보자. 김(金)씨는 조선시대 이전에는 금(金)씨로 불렸다. 하지만 조선 태조인 이성계에 의해 금씨가 김씨로 바뀌게 된다. 이유는 음양오행설에 의해 쇠의 성질을 가진 금씨가 나무의 성질을 가진 이(李)씨를 이긴다는 것. 쿠데타로 조선을 세운 이성계로서는 자칫 금씨에 의한 쿠데타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당시 금씨는 조선의 정권 안보 차원에서 김씨로 바뀌는 불운을 맞았다.
저자는 세종의 며느리인 봉씨의 동성애 사건도 들춰낸다. 봉씨는 당시 태자인 문종의 부인으로 간택되지만 총애를 받지 못하자 궁녀와 금단의 사랑인 대식(동성애)을 저지른다. 이 사건을 통해 당시 조선시대 궁녀들 사이에 대식이 심심찮게 발생했음을 알리고 있다. 대식이 발각되면 곤장 100대를 때리라는 기록까지 있으니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100분 토론과 같은 '경연(經筵)'이 있었다. 왕이 하루에 세차례 신하들로부터 수업을 듣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과연 조선은 유학의 나라이자 군자의 나라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의도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학술토론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신하가 왕을 압박하고 정치적인 토론을 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조선 왕들을 보면 어떤 왕은 'O조'고 어떤 왕은 'O종'이다. 이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예기(禮記)에 따르면 공이 있는 자는 조를 붙이고, 덕이 있는 자는 종을 붙인다고 했다. 하지만 조선의 왕들은 이상하게 조에 집착했는데 덕이 있다는 소리는 예의상 하는 소리로 생각했는지 조를 붙여달라고 신하들에게 압력을 종종 가했다고 한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몰고 온 선조도 원래는 선종이었으나 아들 광해군에 의해 조가 붙었고 인조도 원래 종을 붙이려다 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궁궐 사항뿐 아니라 당시 백성이던 양반과 평민들의 삶도 그리고 있다. 한 예로 임진왜란이 끝난 뒤 조선엔 담배가 급속도로 퍼진다. 피폐한 삶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던 백성들은 너도나도 담배를 피웠다. 특히 여성 흡연자가 남성 흡연자보다 더 많았고 궁궐의 상궁들까지 담배를 피웠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맞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신하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광해군이 심하게 꾸짖자 그 이후부터 몰래 피우는 관습이 생겨 흡연 예절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역사책이나 교과서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들고 있다. 이를 통해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일이 아니고 현재 세태의 또 다른 모습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1. 조선시대는 이른바 신권(臣權)의 나라였다. 이 책에서 왕권을 견제하기 위한 조선의 정책들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2. 저자는 '효자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3. 고시를 보통 과거에 비유한다. 그만큼 조선시대 과거는 인생역전의 수단이면서 어려웠다. 과거에 급제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보자.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