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허점 투성이 동물보호법

입력 2008-03-07 09:29:54

'정말 그런가요?'

충남 아산시에서 한 50대 독자가 지난 4일 기자를 찾아왔다. 유기동물 조기 안락사, 몰래 분양, 지원비 과다청구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재)한국동물보호협회(이하 협회) 관련 보도가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우리 이웃이자 귀한 생명인 동물들이 죽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도 유기동물 150여마리를 집에서 키우고 있었다.

유기동물 관리·위탁사업은 생명을 다루는 만큼 투명하고 정당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기자가 들여다본 실상은 법·제도 등 구조적인 데서부터 허점투성이였다.

'동물보호법'은 지난 1월 개정돼 유기동물 보호기간이 30일에서 10일로 단축됐다. 열흘 안에 주인이 찾지 않으면 이 불쌍한 '시한부 인생'들은 생명을 연장할 수 없다. 현재 인터넷에서 '보호기간 축소 반대운동'이 펼쳐지는 이유다.

동물보호법에는 또 유기동물 보호소의 운영·시설 기준이 없다. 보호기간 종료 이후 조치도 규정돼 있지 않아 '안락사'시켜도 괜찮다. 유기동물의 포획현장, 생김새, 부상 여부, 분양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통일된 양식도 없다. 협회에 위탁하더라도 구청측에서 보호중인 유기동물을 되찾도록 적극 홍보해야 한다.

50대 독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안을 설명했다. 유기동물 보호는 지자체 사업으로 하되 군 복무중인 수의학과 학생들을 활용하자, 안락사는 어쩔 수 없을 경우에만 구청이 지정한 '공수의(公獸醫)' 입회 하에 허용하자, 입양을 최우선 절차로 만들자, 위탁사업으로 한다면 모든 과정을 날짜, 시간이 적시된 사진과 자료로 남기자는 것 등이었다. 실현가능성을 떠나 귀한 생명을 보호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지난 2년간 대구에서 버려진 동물이 5천마리가 넘었다. 키우기가 지겨워져서, 짐이 되어서 몰래 버린 잘못된 주인의식 때문에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교통사고를 당하고, 안락사됐다.

대구시에 바란다. 협회의 유기동물 위탁업무가 투명했는지를 세세히 밝히고, 잘못 집행된 부분은 개선하고,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한다.

서상현기자 ssang@m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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