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동물보호협회] (하)후원금 땅투기 의혹

입력 2008-03-06 09:47:58

동물보호소 건립용 땅 매입…일부는 협회장 개인 소유로

▲ 충남 천안시 수신면 야산. (재)한국동물보호협회가 지난 2001년 동물보호소건립을 명목으로 후원금 등을 들여 땅을 샀지만, 소유주는 협회가 아닌 협회장 개인이다.
▲ 충남 천안시 수신면 야산. (재)한국동물보호협회가 지난 2001년 동물보호소건립을 명목으로 후원금 등을 들여 땅을 샀지만, 소유주는 협회가 아닌 협회장 개인이다.

"투자인가? 투기인가?"

유기동물 조기 안락사, 지원비 과다청구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재)한국동물보호협회(이하 협회)가 회원 후원금 등으로 구입한 땅을 놓고 의혹을 받고 있다. '동물보호소 건립' 명분으로 구입한 땅 일부가 협회장 개인 소유로 돼 있기 때문이다. 보호소 건립비에는 외국의 유명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받은 후원금 수억원이 포함돼 있다.

◆건물도 못 짓는 땅 수천평 구입=지난달 19일 찾은 충남 천안시 수신면의 야산. 충북 청원군과 충남 연기군의 경계지점으로 왕복 2차로를 끼고 있다. 협회가 지난 2001년 7월 '동물보호소를 건립한다'며 661㎡, 1만7천157㎡ 두 필지의 땅을 3.3㎡(1평)당 2만원씩 약 1억여원에 구입했지만 현재는 나무만 무성했다.

이곳의 토지매입 비용 1억여원 중 4천여만원은 회원 후원금이고 나머지는 협회장 개인이 대출받은 돈이다. 천안시가 예전부터 이 땅의 용도를 각각 '관리지역' '보전산지'로 묶어 각종 개발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해놓아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땅을 구입만 해놓은 상태다. 게다가 이 땅의 소유주는 협회가 아니라 협회장 K씨 개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약 2km 떨어진 천안시 대화리, 신풍리, 화성리 일대에 148만㎡ 규모의 '천안5공단(가칭)'이 설립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3.3㎡당 2만원하던 땅이 최근 10만원까지 5배가량 뛰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그 땅은 시에서 개발을 묶어놓은 곳이지만 공단과 가까워 땅값이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협회장 K씨는 "당시 부동산업자에게 속아서 보호소를 만들 수 없는 땅을 산 뒤 그냥 내버려뒀다"며 "회원들 사이에서 땅투기 소문이 나고 찜찜해 2004년 4월에 땅을 팔면 협회재산으로 하겠다는 공증을 섰다"고 말했다. 또 "천안에 땅을 산 것은 협회가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수도권에 있어야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한 필지 땅은 공증을 섰지만 남은 한 필지 땅은 공증을 서지 않았다.

◆동물보호소 일부는 개인 명의=협회는 천안에 이어 지난 2003년 9월 충북 보은군 수한면 일대에 1만1천908㎡의 땅을 1억2천여만원에 사들여 지난해 '보은보호소'를 건립했다. 하지만 당시 3.3㎡당 1만원에 구입한 임야 및 도로 6천979㎡는 협회 명의로 했지만, 3.3㎡당 4만원에 구입한 논 4천929㎡는 협회장 개인 명의로 사들였다.

협회 관계자는 "각종 후원금으로 조성된 사업에 협회장 개인 명의로 땅을 사들인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게다가 협회 임원조차 일부 토지가 협회장 개인 명의로 돼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보은보호소 경우 토지구입 비용에다 토목공사 4억 및 건축비 7억 등 12억원이 넘게 들어갔고, 이 중에는 국내·외 회원들의 후원금 4억여원, IFAW(국제동물복지기금)·RSPCA(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 등 외국의 유명 동물보호단체 후원금도 5억원 정도 포함돼 있다. 협회 이사 일부는 "공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사퇴했다. 일부 회원은 연면적 447㎡의 2개 건물만 지은데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장 K씨는 "당초 구입할 때 개인 명의로 해야 세금 혜택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며, 공사비가 많아진 것은 일부 이사들이 패널건물을 주장했지만 화재에 강한 콘크리트로 지었기 때문"이라며 "개인 명의의 땅은 공증을 서거나 명의를 바꿔 협회 재산이 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글·사진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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